▼기사원문 바로가기
[홈플러스 법정관리] 연 4000억 '출혈' MBK만 덕 본 세일앤리스백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부동산 등 임대료로만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던 오프라인 점포들을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을 이어
www.numbers.co.kr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부동산 등 임대료로만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던 오프라인 점포들을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을 이어가는 세일앤리스백 전략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5조원에 달하는 빚을 내 홈플러스를 손에 쥔 후 이런 방식으로 이미 수 조원에 달하는 돈을 갚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결국 최대주주이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만 덕을 본 셈이란 비판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월 말 결산 법인인 홈플러스의 2023회계연도 말 기준 유동리스부채는 4292억원을 기록했다. 리스부채는 회사가 일정 기간 부동산이나 설비, 기타 고정자산을 빌린 대가로 향후 내야 할 임대료를 계산해 둔 항목이다. 그중 유동리스부채는 결산일로부터 1년 동안 지급해야 할 리스료만 따로 구분해 둔 금액이다.
홈플러스가 이렇게 짊어져 온 임대료는 꾸준히 몸집을 불려 왔다. 2018회계연도부터는 해마다 4000억원을 웃돌았다. 이 기간 홈플러스의 유동리스부채는 △2017회계연도 말 3506억원 △2018회계연도 말 4074억원 △2019회계연도 말 4069억원 △2020회계연도 말 4035억원 △2021년회계연도 말 4032억원 △2022회계연도 말 4161억원 등을 나타냈다.
이처럼 임대 비용이 누적돼 온 배경에는 지속적인 세일앤리스백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세일앤리스백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건물이나 설비 등을 은행이나 보험사, 리스사 등 금융사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기업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는 기법이다.
MBK로 주인이 바뀐 이후 홈플러스의 세일앤리스백은 급물살을 탔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완전히 폐점한 곳만 14개다. 이로써 2015년 당시 142개였던 홈플러스 점포는 현재 126개까지 줄었다.
특히 2021년부터 알짜 점포 매각이 본격화했다. 4300억원을 받고 안산점을 부동산개발업체에 넘겼고, 이어 부산 해운대점(4000억원)과 대전 둔산점(3800억원), 부산 가야점(3500억원) 등을 차례로 팔았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실적은 줄곧 악화일로였다. 오프라인 할인점이 영업의 중심인 상황에서 점포가 줄다 보니 불가피한 결론이었다. 홈플러스의 2023회계연도 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10년 전보다 5.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1회계연도에 1335억원 적자로 전환했고, 이후 3년 연속으로 내리 손실이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20여개 점포를 줄이며 거둬들인 자금은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이 같은 돈이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갚는데 활용됐을 것으로 여겨 왔다.
MBK는 2015년에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었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로 조달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잡은 당시 인수금융 계약에는 자산 매각 시 인수금융을 먼저 갚겠다는 약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홈플러스의 적극적인 세일앤리스백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본 건 MBK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홈플러스의 과도한 채무를 감축해 이자로 새 나가는 돈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세일앤리스백의 명분이었지만, 이 때문에 불어난 리스료 출혈은 사실상 또 다른 금융비용으로 작용했다.
홈플러스 측은 해명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전날 배포한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시장 차입금 규모가 4조3000억원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동투자자 자금과 우선주 7000억원을 포함해 3호 펀드에서 투자한 자금이 약 3조2000억원이었고,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 차입금은 2조7000억원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주주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점포 매각을 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래도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애초에 MBK가 홈플러스를 사들이며 염두에 둔 건 본업이 아닌 부동산 자산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는 사실상 부동산 딜로 생각돼 왔다"며 "거액의 인수금융이 가능했던 것도 기업의 이익창출력보다는 부동산 자산 가치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에 대해 불가피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을 찾도록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건 이번달 4일이다. 홈플러스가 같은 날 자정 3분쯤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1시간여 만이었다. 회생절차 개시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됐다. 다만 모든 상거래에 대한 지급결제와 임직원 급여 처리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MBK 관계자는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
'Deal > 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플러스 법정관리] 자구책 '패싱' 회생 '직행' MBK '노림수' (0) | 2025.03.06 |
---|---|
[홈플러스 법정관리] MBK, 홈플러스 인수 뒤 자산 4조 매각…고려아연으로 불똥튀나 (0) | 2025.03.06 |
[홈플러스 법정관리] 상품권 '손절' 나선 유통업계, 거세지는 MBK 책임론 (0) | 2025.03.06 |
[홈플러스 법정관리] MBK發 사모펀드 모럴해저드 논란 '재점화' (0) | 2025.03.06 |
영풍·MBK, 주주대표소송…"고려아연의 한화 지분 헐값 처분은 배임" (0) | 2025.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