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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떠밀리듯 사재 내놓은 MBK 김병주 진정성 '물음표'

Numbers 2025. 3.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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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떠밀리듯 사재 내놓은 MBK 김병주 진정성 '물음표'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뒤늦게 사재를 내놓겠다는 뜻을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돌연 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할 때 진작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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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래픽=부광우 기자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뒤늦게 사재를 내놓겠다는 뜻을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돌연 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할 때 진작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열흘이 넘게 지난 후에야 소상공인을 명분으로 행동에 나서는 건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론과 정치권은 물론 앞으로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위해 협상을 해 나가야 할 파트너들 쪽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떠밀리듯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MBK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회사가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하게 결제 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MBK는 홈플러스 대주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며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빠르게 졸업하고, 다시 정상 궤도로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MBK에 대한 비난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내놓은 대응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현 상황에 대해 MBK조차도 단기적인 자금 상환 부담과 혹시 모를 잠재적인 문제의 예방이 필요한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곧바로 기업회생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책임론이 불거졌다. 주인 있는 기업이었으면 자구책부터 내놓거나 오너가 전면에 나서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을 거라는 뒷말이었다.

비로소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부정적인 여론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타이밍은 놓친 꼴이 됐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개시부터 이번 사재 출연 발표까지는 열흘이 넘게 걸렸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해 서울회생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건 이번 달 4일이었다.

골든타임을 지나치는 사이 불똥은 정치권까지 튀었다. 앞서 여야는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홈플러스와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18일에 열기로 하고, 김 회장을 비롯해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해당 정무위는 김 회장을 둘러싼 시선을 더욱 따갑게 만드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김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낸 상태여서다. 대신 충분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차후 서면 제출 등의 방법으로라도 정무위 질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회 소환 요구가 나오는 시점까지도 사재 출연 얘기를 하지 않던 김 회장이 자세를 바꾼 건 결국 단순히 여론의 손가락질 때문은 아니란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결국 실리적인 요인이 그를 움직였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MBK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채권단, 그중에서도 메리츠금융그룹의 판단이다. 홈플러스의 금융권 익스포저 1조40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1조2000억원을 메리츠금융이 쥐고 있어서다. 만에 하나 메리츠금융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의 회생 청사진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접게 될 수 있다.

문제는 양측이 아직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MBK가 홈플러스 경영진과 회생 계획안을 준비하며 메리츠금융을 포함한 주요 채권자들과 협의회를 발족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MBK의 행보에 대해 채권단으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구책이나 추가 재원 출자 방안도 없이 부채부터 조정하려는 태도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의 알짜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처분하고 일부 사업부의 분할 매각을 추진해 온 MBK의 선택을 보면, 경영 정상화 의지에 의문부호가 충분히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공식적인 반발이 나오고 있는 현실은 MBK를 향한 금융권의 불신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홈플러스의 단기채권과 관련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20여곳은 10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공동 회의를 열었다.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과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모두 6000억원 규모다.

특히 홈플러스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은 MBK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의 계기가 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직전까지 ABSTB 발행을 강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는 단순히 한 회사의 회생절차를 넘어 MBK의 평판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MBK와 계속 딜을 해 나가야 하는 당사자로서 향후 신뢰 여부를 가늠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