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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불확실성의 시대’ 코스닥 상장사 퇴출만이 답일까

Numbers_ 2025. 4. 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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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불확실성의 시대’ 코스닥 상장사 퇴출만이 답일까

우리는 평소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사라진 이후에 중요성을 깨닫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곤 한다. 특히 2019년 일본과 갈등에 따른 일명 ‘화이트리스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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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사라진 이후에 중요성을 깨닫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곤 한다. 특히 2019년 일본과 갈등에 따른 일명 ‘화이트리스트 규제’ 사태는 국내 경제에 교훈을 남겼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등 주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에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타국의 규제 위협은 경제 근간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또 국내 제조업의 생태계 강화로 이어졌다. 정부도 소부장 역량을 강화하며 공급망 내재화와 자립성을 키우는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일발성 정책과 분위기 전환으로는 각종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 R&D 예산 삭감 등 헛발질로 오히려 악재를 키웠다.

지금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변화가 더욱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체제에서 무차별 관세 정책을 내세웠고, 이는 글로벌 갈등과 무역전쟁의 심화로 이어졌다. 비판이 제기되자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긴 했지만 급격한 변화의 리스크는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제조기업의 미국 관세 영향 조사’는 코너에 몰린 국내 제조업의 현황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조사에 응한 제조업체 2107개사 가운데 60.3%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상당수는 ‘납품물량 감소(47.2%)’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대응 계획이나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포진한 코스닥 시장에서 찬바람은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올들어 자본시장 신뢰 향상을 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것이다. 개편안을 단순 요약하면 ‘진입(IPO)은 어렵게, 퇴출(상장폐지)은 쉽게’로 볼 수 있다. 상장폐지의 위기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진입보다 퇴출 강화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퇴출 절차는 신속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신경을 썼다. 심의 단계를 간소화하고 개선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기존 3심제는 2심제로 전환하고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었다. 시가총액 퇴출 기준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간 시장 전반의 효율성보다 기업과 투자자 피해를 의식한 온건한 운영 정책이라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한계기업 증가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침 결산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가 도래하면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시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사업연도 기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는 43곳으로 집계됐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개별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유인을 갉아먹고 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업 측면에서 낡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외면할 수 없다. 다만 규제 강화의 여파는 항상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을 안기곤 한다. 앞서 2019년 감사인 독립성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도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안겼다. 강화된 기준을 맞추다보면 편법이나 무리수가 나올 여지도 있다.

한계기업 문제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지금처럼 시장에 불확실성과 혼돈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상장사가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보완하고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당근 정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윤필호 중기벤처부장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