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HLB, '리보세라닙' 승인 지연…재무전략 전환 불가피

Numbers 2025. 6.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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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리보세라닙' 승인 지연…재무전략 전환 불가피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 재접수가 미뤄지면서 HLB의 자금전략과 재무 지속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간 전환사채(CB), 유상증자, 계열사 상장 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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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HLB, 그래픽=이승준 기자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 재접수가 미뤄지면서 HLB의 자금전략과 재무 지속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간 전환사채(CB), 유상증자, 계열사 상장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활용 방식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리보세라닙 승인 가능성을 전제로 조달한 자금의 수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니고 있다.

재신청 지연에 시장 '불안감' 고조

5일 업계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의 NDA 재접수가 연기되며 HLB의 재무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지연이 반복되면서 승인 가능성보다 자금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수익 실현이 늦춰질수록 현금흐름 압박이 가중된다는 판단에서다. 재신청 여부보다는 당장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불안감을 키우는 배경에는 반복된 자금조달 이력이 있다. HLB는 2022~2024년 총 4659억원의 외부 자금을 확보했다.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유상증자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으며, 단기 및 장기차입도 포함됐다.

항목별로는 2024년 말 기준 단기차입부채 240억원, 장기차입부채 130억원, CB 1158억원, BW 710억원, 종속기업의 유상증자 227억원, 유상증자 2410억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기차입금·단기차입금은 2023년 51억원에서 2024년 292억원까지 늘었다.

게다가 상환해야 할 CB도 많이 남아 있다. 제38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와 제39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는 각각 600억원, 330억원 규모다. 2027년 2월8일과 6월16일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전환가액 7만2108원, 6만5953원으로 주식전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CB는 의존도가 높을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금조달이 반복될 경우 기업의 내재 현금창출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개발비·운영비 등 고정비용을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지 못한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뢰도가 하락하고 주가 역시 출렁일 수 있다. HLB 또한 리보세라닙 외에는 수익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빈도 자체가 리스크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속가능성 의문에…"자생적 모델 구축"

향후 HLB의 과제로는 단순한 조달이 아니라 '실행력과 연결된 자금 전략 재정비'가 지목된다. 단기 현금흐름만으로는 전체 임상 및 허가 준비 과정을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NDA 재접수 일정이 미뤄지면 허가 관련 지출뿐 아니라 마케팅, 유통 준비 등도 함께 지연돼 누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HLB는 약 93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현금여력은 CB·유상증자 등 외부 조달에 기댄 측면이 크다. 특히 리보세라닙 외에 가시적 수익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약 하나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근본적 방어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HLB가 리보세라닙 개발의 전체 로드맵과 자금운용 계획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한다. 구체적인 지출계획, 시기별 현금흐름, NDA 이후의 상업화 전략 등을 포함한 로드맵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지금 있는 돈'이 아니라 '끝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HLB그룹 관계자는 "HLB그룹은 단일 파이프라인 의존에서 벗어나고 신약개발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전략적 인수합병(M&A)으로 파이프라인과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왔으며, 현재 '진단-예방-치료' 전 주기를 아우르는 바이오헬스케어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시카우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신약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성장모델을 다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ls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