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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헤게모니 이동
‘기업 오너 중심’에서 ‘투자자 시대’로 전환상법 개정 성공 주주 보호 기업 혁신 균형자본시장 활성화 가계 포트폴리오 개선 기대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골자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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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너 중심’에서 ‘투자자 시대’로 전환
상법 개정 성공 주주 보호 기업 혁신 균형
자본시장 활성화 가계 포트폴리오 개선 기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골자로 상법 개정안이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당초 상법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4월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부결로 좌초된 바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이 기존 발의안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재발의해 6월 중 국회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자주주총회 관련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항은 유예기간 없이 대통령 공포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지난 5일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대선 공약 이행을 다시 약속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 제도 변화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거시적 정책 의지가 반영된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의 ‘부동산 편중’ 비효율 개선은 한국 경제의 오랜 고질병으로 근본적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금융경제 권력의 헤게모니가 ‘기업 오너’ 중심에서 자본시장의 ‘투자자’ 중심으로 균형 추가 이동하고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을 높여 자금흐름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비전 중 ‘성장’과 관련된 ‘공정 경제’ 실현의 중요한 전략 과제다. 5대 전략 목표에 포함된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 방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 주주의 ‘권익보호’가 중요한 선거 공약으로 제시돼 있다. 인공지능과 방위산업 등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과 같은 비중으로 추진되는 점은 상법 개정이 단기적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경제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번 개정안 내용은 우선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 전체’로 확대된다. 또한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와 온라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전자주주총회’가 의무화된다. 아울러 지배주주 특수관계인 포함 3% 룰을 적용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위원도 2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의무공개매수, 자사주소각 도입 및 각종 불공정 행위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자본시장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한 세법 개정이 병행되면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투자 생태계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되면 기존 대주주 이익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업 경영이 전체 주주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삼섬물산 합병,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물적 분할, 두산밥켓 합병 추진, 고려아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등에서 보여준 대주주와 일반주주 이해상충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 도입으로 소액 주주가 선호하는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지면 이사의 견제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대상의 신주 배정 제도화는 물적 분할 모회사의 주주가치 희석을 방지하고 대주주 사익 편취를 차단하는 긍정적 제도 개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재계는 벌써부터 ‘경영 자율성 위축’과 ‘행동주의 펀드의 소송 남발’ 등을 우려한다. 이사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위험 회피적인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혁신적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 지수가 글로벌 100위권 수준에 머물고 배당성향이 주요국 중 최하위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율이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 증시를 40% 이상 저평가하는 주요인이라고 지목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78개 대기업의 총수 일가는 평균 3.5% 지분율로 전체 계열사 3116개를 지배하고 있다.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의 내부지분율 57.6%를 대주주가 동원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 한국 기업 배당성향은 40.5%로 대만 57.6%, 인도 64.7% 보다 낮으며 지난 10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한국 26%로 미국 42%, 일본 36%, 중국 31.3%는 물론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편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24년 한국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은 금융자산 비중이 각각 71.5% 63%로 오히려 정반대를 보인다. 또한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43%가 ‘저수익 현금성 자산’이라는 금융투자협회 통계는 한국 가계의 ‘투자 문화’ 변화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개인투자자 1400만 시대가 도래했지만 국내 투자자가 2024년 미국 주식을 15조원 이상 순매수하는 동안 국내 주식은 2조원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이 130조원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현실은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배당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이 성공하려면 주주 보호와 기업 혁신의 두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기업경영 투명성이 높아지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이 늘어 주주가치가 올라가면 자본시장은 자연스럽게 활력을 되찾고 자본조달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배당을 통한 안정적 현금흐름이 확인되면 자본시장의 매력이 높아지고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 소송 리스크 증가, 해외 투기자본의 악용 가능성 등 제도 변화 초기에 우려되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디테일도 간과할 수 없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와 혁신 기업이 규제를 넘어 성장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시행령과 세부 지침 마련도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이 한국 경제가 ‘공정·투명·혁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개정안이 당초 기대한 만큼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로 이탈한 자금이 다시 되돌아오고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도 금융자산 중심의 생산적 투자로 재편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공정성 위에 세워지는 ‘투자자의 시대’를 맞아 이번 상법 개정이 한국 자본시장과 가계 포트폴리오 조정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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