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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M&A] '10만명 밥줄' 지키려면…고개 드는 정부 역할론

Numbers_ 2025. 7. 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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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M&A] '10만명 밥줄' 지키려면…고개 드는 정부 역할론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약 2만명의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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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약 2만명의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10만명에 달하는 이들의 밥줄이 걸린 사안이란 점에서, 일단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도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민간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진 만큼, 국책 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법원으로부터 인가 전 M&A 추진과 매각주간사 선정을 허가받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가 전 M&A는 이름 그대로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 회생 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M&A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이를 둘러싸고 정부 역할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일자리 측면에서 홈플러스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다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만 2만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더해 홈플러스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하면 10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임직원은 올해 2월 말 기준 1만9583명에 이른다.

주변 상권의 간접적 악영향까지 염두에 둔다면 최대 30만명의 일자리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대형마트 폐점의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직접고용 노동자와 주변 3㎞ 이내 상권 매출 감소로 인해 약 33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른 잠재적 손해만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직접고용 인원 945명·간접고용 인원 7898명의 임금 ▲주변 상권 매출 감소 ▲공급망 단절 영향 등 대형마트 점포 1개 폐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을 2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홈플러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인가 전 M&A는 일반적인 기업 매각이 아닌 법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길어도 두 달 안에는 인수 후보자의 윤곽이 나와야 무리 없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법원도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를 허가하면서, 최종 인수자가 선정되기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봤다.

홈플러스 M&A의 최대 관건은 역시 자금 조달 방안이다.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홈플러스의 자산은 6조8000억원으로 부채(2조9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고금리로 거액을 차입한 데 따른 금융비용이 부담인데, 이를 낮은 이자율로 리파이낸싱할 수만 있다면 인수 매력이 커질 수 있다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산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IB 업계의 중론이다. 회생법상 홈플러스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삼아 자금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꺼릴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들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관은 산은뿐이란 얘기다. 실제로 부동산이 4조7000억원이나 된다는 점은 홈플러스 자산 구조의 강점이다. 이는 회계법인의 실사에서도 자산이 부채보다 4조원 가까이 많게 평가된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와 산은이 홈플러스의 M&A에 대해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부터 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만 확인된다면,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할 기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가 전 M&A는 법원 절차라 시간이 충분치 않고, 홈플러스는 회생 상태에서 오랫동안 버티기 어렵다"며 "정부와 산은이 홈플러스 M&A를 정책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내준다면, 인수 측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수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