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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장인, 로봇회사 인수 제안 뒤 구속…엑스큐어 M&A 비하인드
“로봇회사 하나만 붙여달라. FI는 우리가 데려오겠다.”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엑스큐어를 둘러싼 인수 협의 과정에서 오간 제안은 이후 일련의 거래를 상징적으로 요약한다. 당시 엑스큐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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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회사 하나만 붙여달라. FI는 우리가 데려오겠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엑스큐어를 둘러싼 인수 협의 과정에서 오간 제안은 이후 일련의 거래를 상징적으로 요약한다. 당시 엑스큐어를 인수한 회사는 하이퍼코퍼레이션이다. 이 회사에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을 요청하며 로봇회사 인수를 제안한 인물은 가수 이승기씨의 장인으로 알려진 이홍헌씨다. 그는 상장사 시세조종 혐의로 여러 차례 언론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이씨는 자신이 재무적투자자(FI)들을 유치하겠다며 로봇 관련 회사를 인수해달라고 하이퍼코퍼레이션 측에 요구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 사업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주목받는 테마였다.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씨의 제안은 하이퍼코퍼레이션 입장에서도 검토할 만한 카드였다.
이후 엑스큐어 경영권 거래와 FI 유치는 동시에 진행됐다. 구주양수도와 자금조달이 사실상 한 묶음으로 기획됐다. 먼저 지난해 7월18일 엑스큐어가 150억원 규모의 3·4회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인수자는 3회차 CB(80억원) ‘주식회사 지장전’, 4회차 CB(70억원) ‘임앤컴퍼니컨설팅 주식회사’였다. 같은 날 ‘에이아이마인드봇에쿼티’를 대상으로 한 7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됐다.
이후 7월24일 엑스큐어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대광헬스케어는 '에이아이마인드봇에쿼티'와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같은 날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이사회를 열고 에이아이마인드봇에쿼티 지분 150억원어치를 취득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에이아이마인드봇에쿼티는 하이퍼코퍼레이션이 단독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150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지분율이 73.21%로 하락했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외에 다른 투자자들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씨가 제안한 로봇회사 인수는 진행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해당 로봇회사의 가격은 80억원이었다. 그러나 가격에 비해 사업성이나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됐고, 결국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딜이 추진되진 않았지만 엑스큐어는 AI·로봇 관련 테마주로 묶였다. M&A와 맞물려 주가가 치솟았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7월 한달 동안 3000원 초반대에서 1만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량이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869억원을 찍기도 했다.
예고한 자금조달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CB 발행은 납입 대상자가 수차례 변경되며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당초 CB의 용처가 로봇회사 인수자금이었기 때문에 거래가 불발되며 발행도 연기된 것이다. 결국 해를 넘기고 난 뒤 다른 투자자를 유치해 CB 발행을 마무리지었다. 결과적으로 로봇회사 인수를 비롯한 실제 사업 진척 없이 주가만 오른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엑스큐어 딜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이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신재생에너지 업체 ‘퀀타피아’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엑스큐어에 AI와 로봇 등 첨단사업을 ‘확정적’이라는 소문을 내 시세조종을 주문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결국 SI인 하이퍼코퍼레이션만 남고, 정작 딜을 제안했던 핵심 인물은 판에서 빠진 것이다.
현재 엑스큐어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발행한 3·4회차 CB의 발행 목적을 ‘타법인 증권 취득’이라고만 공시했지만,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 발표 과정에서 해당 자금을 신기사 인수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후보를 두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도 됐지만, 현재까지 본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처음 CB 발행을 결정했을 땐 로봇회사 인수를 검토했지만, 검토 과정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철회했다”며 “이후 납입 대상자가 바뀌면서 CB의 발행 목적도 변경됐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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