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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병의 동화투자개발, 손실 위험 '롯데관광개발 CB' 인수 왜?

Numbers_ 2024. 1. 25. 12:58

제주드림타워 복합 리조트 전경.(사진=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서 다소 이례적인 자금 거래가 나타났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특수관계기업인 동화투자개발이 롯데관광개발 전환사채(CB) 일부를 CCG인베스트먼트 아시아(CCG Investment Asia)로부터 인수했다. 그동안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에 담보 또는 연대 지급보증 등을 제공해 왔지만 CB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투자개발은 이달 16일 롯데관광개발이 발행한 7-2회차 CB 약 1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7만5471주의 CB를 주당 1만3250원에 매입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 CB는 롯데관광개발이 2021년 3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CCG-CIMB 계열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CG인베스트먼트 아시아에게 발행한 것이다. 발행 규모는 573억원이다.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의 자회사는 아니지만 김 회장이 지분 68.47%를 갖고 있는 관계사다. 롯데관광개발이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개장하기까지 차입금 담보 등 자금 지원 백기사 역할을 해준 곳이기도 하다.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1498만847주(19.75%)를 갖고 있다. 이 중 640만6800주가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으로 묶여 있는 469만6721주를 포함하면 보유 지분 중 74%가 차입금 조달에 활용된 셈이다.

그러나 동화투자개발이 롯데관광개발 채권자의 메자닌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해당 CB는 전환가액이 1만3250원으로, 한도까지 떨어졌는데도 주가(22일 종가 9150원)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사실상 이번 CB 인수도 롯데관광개발 지원 성격의 거래로 보는 게 타당하다.

무엇보다 7-2회차 CB에는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 조항이 없다. 콜옵션은 발행사나 발행사의 최대주주가 CB를 정해진 가격에 되사올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이 없다는 건 이번 거래가 투자자인 CCG인베스트먼트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동화투자개발이 CB를 인수한 이달 16일은 7-2회차 CB의 만기이자율 상향조정이 이뤄진 날이기도 하다. 이날 오후 3시 롯데관광개발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7-1회차 CB와 7-2회차 CB의 만기이자율을 4.5%에서 6.5%로 올리는 대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능일을 오는 4월 15일로 3개월 연장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투자자들과의 협의에 따라 조건 일부를 변경했다”고만 말했다.

CB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동화투자개발이 CB 일부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전환가치가 떨어진 CB를 모두 조기에 상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들고 있는 대신 10억원어치만 최대주주의 특수관계기업이 인수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CCG인베스트먼트가 7-2회차 CB를 인수할 당시부터 롯데관광개발과 사전 협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B 발행 이후 회사의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로 떨어지거나 재무여력이 악화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관계사 또는 계열사가 이를 대신 매입하는 구조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만 놓고 추측해보면 CB 조건을 변경하면서 관계사가 계약금 명목으로 소액만 채권자에게 지급한 형국”이라며 “보통 이런 건 발행할 때 미리 합의를 해두는데, 현재 상황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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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병의 동화투자개발, 손실 위험 '롯데관광개발 CB' 인수 왜?

롯데관광개발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서 다소 이례적인 자금 거래가 나타났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특수관계기업인 동화투자개발이 롯데관광개발 전환사채(CB) 일부를 CCG인베스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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