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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도 놀란 신한금융의 '제4이통' 투자…'한국의 손정의' 꿈꾸는 진옥동?

Numbers_ 2024. 2.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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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도 놀란 신한금융의 '제4이통' 투자…'한국의 손정의' 꿈꾸는 진옥동?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서 IT와 금융을 주축으로 글로벌 투자업계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면모가 엿보이고 있다.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MVNO) 회사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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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1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금융 본사에서 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서 IT와 금융을 주축으로 글로벌 투자업계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면모가 엿보이고 있다.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MVNO) 회사인 스테이지파이브의 제4이동통신사 진출에 필수적인 '쩐'을 조달하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3대 이동통신사인 KT가 신한금융에 '진의'를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6일 통신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인 '스테이지엑스'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약 8000억원의 자금 유치를 이끌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KT 측은 신한금융 측에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확인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22년 초 신한금융이 KT와 43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맺고 AI, 메타버스, NTF, 로봇,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미래금융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지분 교환 규모가 컸던 탓에 시장에서는 '혈맹'으로까지 해석했다. 신한금융이 제4이통의 탄생에 자금을 댄다는 점은 KT에 있어 잠재적 경쟁자의 덩치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분 교환이라는 점에서 KT 자본으로 '적'을 도와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신한금융 측은 현재로선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확정된 투자 규모 및 계획이 없단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8000억원이라는 돈은 아마 여신 의향서에 내용이 적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의향서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확정이 되고 나면 돈이 투여될 규모를 잡아나갈텐데 (통신사업 진출은)10조원 이상 나갈지도 모른다. 신한투자증권이 그정도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스테이지파이브 측이 자본적 뒷배 없이 제4이통 선정을 위한 주파수 경매에서 공격적으로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테이지엑스의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낙찰가는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에서 480% 증가한 4301억원으로, 이는 통신3사 낙찰가의 2배에 달한다. 스테이지엑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기준 약 13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신한금융 측이 주파수 획득을 위한 4301억원에만 돈을 대는 것도 '넌센스'라는 분석이다. 기지국에서 주파수를 송신해야 비로소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고 영업자산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추가 자본을 조달해 기지국까지 건설해야 스테이지파이브에 비로소 ROI(투자수익률)을 따질 수 있고 투자의 의미가 생긴단 뜻이다.

이번에 경매로 나온 5G 28㎓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는 특성이 있어 이통사들이 사업성 측면에서 실익이 낮다고 판단해 반납한 대역으로, 금융사로서 보수적으로 봤을 때는 선뜻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기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가 이뤄진 건 최근 신한금융이 디지털 부문 투자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 생태계(Shinhan Digital Alliance) 구축을 천명했다.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LP로 참여한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를 각각 3000억원 규모로 결성했고, 신한하이퍼커넥트투자조합 제1호 등을 통해 인슈어테크 기업인 해빗팩토리 등에 투자를 적극 집행하고 있다.

일단 신한금융 측은 신한투자증권의 FI 참여에 그룹의 의중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지국 구축 등을 위해 스테이지파이브에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할 경우에는 신한투자증권 단독이 아닌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모인 최고위급 회의에서 중지를 모아야 할 전망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디지털 강화'를 강조해온 인물이라는 점도 이통사 투자와 결이 맞는다. 최근에는 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과 직접 만나 "틀을 깨는 디지털 혁신이 고객 편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계열사 금융앱을 하나로 통합한 '신한 슈퍼쏠(SOL)'을 출시해 약 한 달 만에 300만 가입자를 이끈 것도 진 회장의 디지털 철학에 바탕한다.

진 회장은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의 설립을 주도한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통'이다. 일본에서 금융과 디지털의 결합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점을 경영자로서 직시했다는 얘기다. 가령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경영하는 Z홀딩스는 라인, 야후재팬, 페이페이를 3대 핵심 축으로 하고 있다. 일본 메신저 점유율 1위인 라인, 포털 1위 야후재팬과 함께 페이페이뱅크, 페이페이보험, 페이페이자산운용, 라인증권, 라인크레딧 등 금융업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