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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최대요인은 관치와 ‘정치금융’
메리츠 1조 주주환원, 3대 금융지주 2.5조 내놔야
‘기업 밸류업’은 올해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화두입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다른 선진 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순자산가치나 이익을 시현해도 주가는 훨씬 저평가되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해답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증시부양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우수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공제 등 세제지원도 하겠다고 합니다. 기업가치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최첨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 발 더 나가 불량 상장사에 대해서는 증시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어제오늘의 숙제는 아닙니다. 30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에도 자주 듣던 말입니다. 주식시장에서만 요구되는 과제도 아닙니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외환시장 채권시장 등 모든 국내외 금융자본 시장에서 간절히 필요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야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때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가치가 밸류업되려면 단지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의 주주환원만으로 되지도 않습니다.
가족 중심의 소유 구조를 개편해야 하고, 이사회 운영 등 지배구조도 일반 주주들의 이익이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장 외적으로는 남북한 대치 상황이나 군사 위협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업 밸류업’은 한두 가지를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과제입니다. 당연히 기업들만 노력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민주적 국정운영이나 정책의 일관성 등 정부 역할도 아주 중요합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기업의 주식 가치가 순자산에 비해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PBR이 1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저평가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PBR은 1.05배이고 10년 평균치가 1.04배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3.6배 일본 1.4배 대만 2.1배 수준입니다.
특히 국내 금융주들의 PBR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낮습니다. 시총이 30조2230억원으로 1위인 KB금융지주는 PBR이 겨우 0.5배에 불과합니다. 신한금융(시총 25조9456억원)은 0.48배, 하나금융(시총 18조7108억원) 0.47배이고 우리금융(시총 11조4296억원)은 0.36배입니다. 이 밖에 삼성화재 0.96배 미래에셋증권 0.46배 삼성생명 0.41배 한화생명 0.17배입니다.
금융주 가운데 유일하게 선진 기업 수준의 PBR을 기록하는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메리츠금융지주(시총 17조1239억원) 1.77배입니다. 메리츠금융이 군계일학이 된 데는 오너인 조정호 회장의 일관된 소유와 경영의 분리, 김용범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성과 시현에다 50%에 이르는 주주환원 정책 등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다른 금융사들은 메리츠금융처럼 하지 못할까요? 뻔한 얘기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 탁월한 경영성과, 확실한 주주환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더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이 은행계 금융지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리츠금융이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처럼 은행이 주력인 금융지주라면 절대 이렇게 높은 PBR을 기록하지 못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은행권을 향해 ‘돈잔치’ ‘이자 장사’ ‘횡재’ 등의 비판을 이어가더니 드디어 ‘상생금융’을 빌미로 2조원이 넘는 돈을 뜯어 갔습니다. 명분은 ‘상생’이었지만 사실상은 규제산업이고 주인이 없는 은행업의 약점을 이용해 공권력을 동원, 강제로 뺏은 것입니다. 은행별로는 KB국민 하나 신한 우리 NH농협은행이 행당 2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은행권 전체 분담액의 75%를 차지했습니다.
올들어서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 손실 보상을 빌미로 다시 2조원을 내라며 압박합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 시행의 최첨병인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방안에 따라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를 가정할 경우 상반기에만 KB국민 1조원, 신한은행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정도의 배상이 예상됩니다.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원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수조원의 과징금과 경영진 문책 등이 따를 것으로 예상돼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원의 순익을 시현했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에 그 절반인 1조원을 썼습니다. 이에 비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은 ‘상생’과 ELS 손실 배상 재원을 합쳐 KB금융 1조4000억원, 신한금융 6000억원, 하나금융 5000억원 정도를 내놓아야 합니다. 메리츠금융은 1조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한 데 비해 KB 신한 하나 등 3대 금융그룹은 평균 8000억원 이상을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에 의해 말하자면 강제로 빼앗긴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책임이나 자유시장 원칙 등은 실종됐습니다.
지난해 말 2조원의 상생금융과 올들어 2조원의 ELS 손실 배상이 모두 4월 총선을 앞두고 속전속결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의심을 갖게 만듭니다.
은행계열 금융지주사에 관한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최대 요인은 금융당국이고 정치권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은행업을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금융 과점주주인 한투증권 키움 IMM 유진그룹 등이 은행계열 금융지주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큰 실수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엑시트하는 게 좋습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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