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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최근 롯데쇼핑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그가 보유 중인 20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 현황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를 상환하기 위해 추후 대대적인 지분 매각에 돌입할 가능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당 주담대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을 두고도 시장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큰 틀에서 상속세 납부와 관련된 조치라는 데 이견은 없으나, 신 의장이 납세를 시작한 2020년 이후 그가 롯데 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건 이때가 처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신 의장이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법원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공탁 계약이 비슷한 시기 모두 해제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 의장이 불가피하게 상속세를 일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영자 의장의 주식담보대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의장은 지난달 14일(변동일 기준)부터 이달 18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21만10주를 매각했다. 신 의장 지분은 기존 1.05%(29만7653주)에서 0.31%(8만7643주)로 감소했다. 보유 지분의 74%를 현금화한 것으로, 140억원 규모다.
이는 신 의장이 갖고 있는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월 신 의장이 롯데지주 지분을 담보로 하나증권에서 빌린 160억원 규모 대출이 마침 이달 5일 상환됐기 때문이다. 이자율은 6.0%에 달했고 만기는 이달 17일이었다. 다만 롯데재단 측은 “주식 매각 사유는 신 의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해당 대출 말고도 총 2235억원 규모 주담대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지난해 6월 발생했는데, 4개 계열사(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지분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745억원씩 빌렸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및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보유 중인 대출(2269억원)과 대등한 수준이어서 재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담대는 통상 총수 일가가 승계용 자금이나 상속세 납부 용도로 쓴다. 지분이 담보로 잡혀도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아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무렵 신 의장의 공탁 계약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신 의장은 2020년 1월 신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연부연납 방식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는데, 이때 납세 담보 차원에서 상속 지분 일부를 법원에 제공했다. 공탁된 주식을 담보로 수년에 걸쳐 분할 납부를 허가받은 셈이다. 연부연납은 막대한 증여 및 상속세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 이를 최장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두 가지 가능성이 나온다. 하나는 신 의장이 상속세를 완납해 공탁이 해제됐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신 의장이 납세 등 연부연납 허가 사항을 지키지 못해 공탁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두 번째 경우라면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납세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관청이 일시 납부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를 완료해서 공탁을 풀어준 것일 수도 있으나, 연부연납 조건을 지키지 않아 세무서장이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상속세를 완납했다면 막대한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빈 회장과 상반된 납세 행보
롯데가 오너 2세 중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 의장과 차남인 신 회장은 2020년 당시 상속세 납부 방안으로 동일하게 연부연납을 택했다.
신 명예회장이 들고 있던 국내 상장 주식 가치는 2200억원 수준(사망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계산)으로 책정됐다. 이를 신 의장과 신 회장, 장남 신동주 회장이 법정상속분 및 개인 간 합의에 따라 각각 33.3%, 41.7%, 25.0% 비율로 나눠 가졌다.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물산 지분 및 부동산 가치까지 포함한 상속세 규모는 국내에서만 약 4500억원에 달했다.
신 의장과 신 회장은 그해 7월 각자 상속받은 계열사 지분 일부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했다. 공탁 주식 대상 회사는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등 4곳으로 최초 계약 기간은 모두 2020년7월31일부터 2025년7월31일까지로 동일했다.
하지만 이후 둘의 납세 행보는 궤를 달리했다. 신 회장이 이듬해인 2021년 분할 납부에 대한 납세담보 계약을 롯데지주 한군데로 집중시킨 한편, 주담대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등 상환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인 것과 달리 신 의장은 비교적 잔잔했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 지분에 대한 공탁을 유지했으며 별도의 대출을 계약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 신 의장이 공탁 해제라는 변곡점을 맞으면서 오너 2세간 납세 행보는 더욱 대비를 이뤘다는 평가다. 향후 신 의장의 주담대 상환 행보는 또 다른 변수로 보인다. 현재 설정된 약정 중 가장 여유로운 만기는 10월이며 이자율은 모두 5%대다. 일각에선 계열사 지분 매각을 실시하거나 담보계약 변경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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