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현대엘리베이터, 오너일가 배상금과 주주환원

Numbers_ 2024. 7. 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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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오너일가 배상금과 주주환원

지난 10년간 주당 500원~900원 배당을 주던 기업이 갑자기 주당 4000원을 주주에게 풀었다. 그러더니 올해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500원씩 준다고 한다. 매년 결산 후에 곳간을 열던 회사가 갑자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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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 사진 제공=현대엘리베이터


지난 10년간 주당 500원~900원 배당을 주던 기업이 갑자기 주당 4000원을 주주에게 풀었다. 그러더니 올해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500원씩 준다고 한다. 매년 결산 후에 곳간을 열던 회사가 갑자기 6월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는 국내 승강기 시장을 꽉 잡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얘기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노력은 긍정적이다. 이전 보다 영업을 잘했다면 당연히 주주와 나눌 이익도 늘어난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환원은 '공돈'에서 비롯됐다. 오너 일가가 지급한 배상금이 원천이다.

 

쉰들러와 잘못된 만남


쉰들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 분쟁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쉰들러는 1874년 로버트 쉰들러가 설립한 스위스 엘리베이터 기업이다.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 보다 역사가 오래됐다. 글로벌 2위인 쉰들러도 두손 두발 든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현 TK엘리베이터) 등 3사가 시장 80% 이상을 과점하는 체제로 진입이 어려운 시장으로 통했다. 쉰들러는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했지만 이득은 못 봤다.

쉰들러가 국내 시장 진입에 고전하고 있을 때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너일가 이슈로 내흥을 겪는다. 2003년 그룹 총수로 올라선 현정은 회장은 시숙부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다. 적대적 M&A를 시도해오던 KCC는 2006년 쉰들러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를 매각했다. 당시 경영권 위협을 받던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를 '우군'으로 봤다. 그때는 몰랐다. 잘못된 만남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2006년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지분 26%를 매입했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여러 금융회사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는다.  파생상품의 구조는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한 금융회사와 현대엘리베이터가 공동 의결권을 갖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전해 주는 것이다. 파생상품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는 7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으며 쉰들러는 이를 문제 삼아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9년 2심 판결 이후 현 회장이 지급한 1000억원을 쓰지 않고 선수금 계정에 보관해뒀다. 작년 대법원 판결로 소송이 종결된 직후 현 회장은 863억원 상당의 현대무벡스 주식과 현금 952억원을 추가로 배상했고 작년 회사는 총 2815억원을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했다.  대물변제한 무벡스 주식을 제외해도 1900억원 상당의 현금이 굴러온 셈이다. 

 

8월 이천 공장 매각 잔금 수취…추가 주주환원 기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중간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전기 일회성이익의 일부'인 542억원(주당 1500원)을 지급한다고 언급했다. 일회성이익은 바로 현 회장이 지급한 배상금이다.

1900억원 상당의 배상금 중 1444억원을 작년 결산 배당금으로 3월에 지급하고 남은 약 500억원을 중간 배당금 재원으로 활용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환원책에는 순이익의 50% 이상을 현금 배당하는 것 외에 일회성 이익의 환원도 포함됐다. 배상금처럼 영업과 무관한 깜짝 이익이 발생한 부분도 주주에게 풀겠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말 옛 이천 본사 부지 매각 대금 1845억원이 들어온다. 2019년 현대엘리베이터는 SK하이닉스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205억원을 선수금으로 수취했다. 그러나 인력과 공장 부속품을 곧바로 빼지 않으면서 잔금을 이제서야 치르게 됐다.

유형자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서 추가 주주환원 기대도 크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