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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① 대규모 투자유치 무산 위기

Numbers_ 2024. 7. 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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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① 대규모 투자유치 무산 위기

한미약품그룹 대주주들이 추진하고 있던 대규모 투자유치(경영권 보장)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스탠스가 바뀌면서 협상 파트너에게 부정적 시그널을 주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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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한미약품그룹 대주주들이 추진하고 있던 대규모 투자유치(경영권 보장)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스탠스가 바뀌면서 협상 파트너에게 부정적 시그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투자유치'에서 발을 뺀다면 국내 신약보국의 선두 주자인 한미약품의 경영권이 아예 불특정 해외 펀드에 넘어가 국부유출이 우려된다. 대주주간 '합의되지 않은 합의문'이 우후죽순 발표되면서 협상 자체가 미궁에 빠지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그룹 대주주들의 투자유치 협상 상대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다. 임종윤·종훈 형제와 국내외 전문가들이 어렵게 거래 구조를 짜고 합의를 이끌어 내 지금까지 우호적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형제는 KKR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오너일가의 상속세를 해결하고 신약 연구·개발(R&D)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동시에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 받아 제약바이오 분야 국부유출을 막는 구조였다.

형제가 KKR과 협상을 시작한 시기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한 직후인 1월26일이다.

올해 1월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그룹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구주 및 현물 물자 18.6%·신주발행 8.4%)를 확보하고 임주현 부회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 방식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형제를 배제한 채 진행됐다. 모녀(송영숙·임주현) 측에 OCI그룹 통합을 제안한 곳은 2022년부터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자문하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L사'다. 

이에 반발한 임종윤·종훈 형제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동시에 국내외 PE들과 협상에 나선다. 목적은 '바이아웃(경영권 매각 거래)'이 아닌 '우호적 투자유치'였다. 바이아웃 거래는 자칫 국내 신약 개발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을 통째로 해외 펀드에 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 측과 협의를 나눴던 곳은 대표적으로 KKR과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 4곳을 꼽을 수 있다.

이들 협상 대상자 중 KKR이 유일하게 형제측의 요구 조건에 부합했다. KKR은 대주주 일가에게 경영권을 보장해주고 동시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 한미약품그룹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자는 데에 동의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던 신동국 회장도 KKR과 형제 측이 진행하는 거래 구조에 공감하면서 협상은 힘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형제측은 주위의 예상을 깨고 경영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형제는 신동국 회장과 함게 KKR과 단독 협상에 들어가 일사천리로 조단위 거래가 성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형제와 같은편에 서서 KKR과 협상을 진행해 오던 신동국 회장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꾸면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KKR과의 단독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거래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협상은 여전히 진행되는 상태이고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이 L사의 설득에 넘어가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신동국 회장은 바이아웃 거래를 통해 더 많은 자본 차익을 얻으려한다. KKR과의 협상은 대주주일가, 한미약품그룹, 주주들,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거래였다면, 바이아웃 거래는 특정 대주주 몇명만의 이익을 우선하는 차이가 있다. 지금 상태가 고착화되면 KKR과의 협상도 중단될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큰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과 모녀는 7월초 갑작스럽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신동국 회장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주당 3만7000원에 총 1644억원을 들여 매수한다는 내용이다. 주주간계약도 맺었다.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고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도 포함됐다. 신동국 회장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양정밀까지 동원해 모녀 지분을 일부 매입하기로 했다.

형제측은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모녀측은 KKR과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신동국 회장과는 함께 거래를 못하겠다"고 말하곤 해, 모녀가 신동국 회장의 손을 잡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의 변심 이유는 '경제적 손실 보상' 심리가 우선 꼽힌다. 신동국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처음 매입한 시기는 2010년이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3%를 42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큰 지분 변동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23일 종가 기준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12.43%의 가치는 2715억원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큰 이익을 얻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신동국 회장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거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총 전에도 형제와 신동국 회장이 맺으려 했던 협의 내용에는 이런 신동국 회장의 심리 상태가 잘 드러나 있다. 신동국 회장의 '경제적 손실 보상'을 위해 형제가 최선을 다한다고 협의를 한 것이다.

신동국 회장은 이 대신 갑작스럽게 판을 뒤틀어 L사, 그리고 모녀 측과 손을 잡아 거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L사가 베인캐피탈과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여러 펀드에 오퍼를 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L사는 신동국 회장에게 바이아웃 거래를 진행해야 더 많은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