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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③ '스윙보터' 신동국 회장, 경영권 분쟁 점화시키나

Numbers_ 2024. 7.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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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③ '스윙보터' 신동국 회장, 경영권 분쟁 점화시키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표면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끝난 듯 보이지만 끝나지 않았고 경우에 따라 과거보다 분쟁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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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표면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끝난 듯 보이지만 끝나지 않았고 경우에 따라 과거보다 분쟁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대주주간 합의되지 않아 보이는 '합의문'이 이곳저곳에서 발표되는 점도 공동경영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먼저 이달 18일, 신동국 회장과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사이에 체결된 주주간 합의서가 공시를 통해 발표됐다. 이사회 구성 권한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것이 합의문의 핵심이다. 부수적으로 신동국 회장과 한양정밀이 모녀의 주식 6.5%를 매입, 신동국·한양정밀(총 18.93%) 및 송 회장·임 부회장(각 6.16%, 9.70%)의 지분율이 변화하는 이벤트가 생겼다.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간 주요 계약 내용/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형제와 같은 편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갑작스럽게 모녀와 물밑 협상을 별도로 한 후 전격적으로 주주간 합의서를 발표한 것이다.

3월 주총 이후 공동대표 체제를 이어가는 동시에 가족간 화합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 형제-모녀간 합의가 3개월만에 사라지고 대신 형제를 배제한 신동국-모녀만의 별도 합의체가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있던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한미약품 사내이사 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은 사전에 이와 같은 합의가 진행되는 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동생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한미약품 사장, 한미정밀화학 대표) 역시 합의에 대한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 형제를 배제한 채 발표된 합의문은 그 자체로 경영권 갈등이 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종윤 사장은 곧 귀국해 신동국 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만남 이후 발표한 임종윤 사장측의 언론 배포 자료는 되레 양측의 합의가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단초가 됐다.

임종윤 사장측이 발표한 언론 배포 자료는 '분쟁 종식 선언'이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메시지다. 임종윤 측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이 자료에는 형제·모녀·신동국 등 대주주들이 집단적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회사를 해외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하지만 이 합의문은 발표되자마자 신동국 회장과 사전에 조율된 자료가 아님이 밝혀졌다. 신동국 회장이 일부 문구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신동국 회장과 모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종윤 사장 단독으로 자료를 외부에 배포하면서 자료의 신빙성에 의구심이 생기는 결과만 낳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신동국 회장이 있다.

그는 3월 주총 당시 형제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주총을 통해 가족(형제-모녀)간 경영권 분쟁을 봉합하는데 일조했다. 주총 직후 '가족간 화합' 메시지가 발표된 것도 신동국 회장의 공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신동국 회장이 가족간 갈등이 커지는 현상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주요 일지. / 그래픽=유한새 기자

 
신동국 회장은 12% 가량의 지분으로 상황과 이익에 따라 스윙보터(Swing Voter)가 돼, 캐스팅보트(Casting Vote)의 권한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보인다. 신동국 회장의 전략은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속성상 지극히 당연하고 스마트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한미약품그룹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부친의 유지를 지키지 못할 수 있겠다는 감정이 가장 크다고 한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는 5년 동안 회사를 유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에는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동시에 친분이 두터웠던 신동국 회장과 같은 창업주 일가 이외의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일도 차단하라는 유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과 모녀는 자문사('L'사)를 통해 회사 경영권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는 게 거래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다. 실제 IB업계 주요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L사' 대표가 베인캐피탈과 꽤 심도있는 바이아웃(경영권 매각) 거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L사'는 베인캐피탈 이외의 다른 펀드에도 협상 의사를 타진하면서 M&A 기회를 엿보고 있다. 'L사'는 모녀에게 상속세 재원 조달과 OCI와의 통합 협상 자문을 해 오던 곳이고, 최근에는 신동국 회장으로부터도 자문 역할을 부여받은 곳이다.

'L사'의 동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런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최근까지도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대규모 투자유치와 관련한 단독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협상에는 신동국 회장, 그리고 모녀 등 대주주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일 신동국 회장과 모녀가 'L사'가 추진하는 매각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형제가 추진하던 KKR과의 협상은 무산되게 된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에 관한 힘싸움도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신동국 회장이 형제 측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의 생각대로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베인캐피탈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신동국 회장과 모녀로부터 인수하더라도 추후 이사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형제 측과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