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경영권분쟁 드림팀]⑤ '행동주의펀드 대리' 법무법인 린…"승리 너머의 가치"

Numbers_ 2024. 9. 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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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분쟁 드림팀]⑤ '행동주의펀드 대리' 법무법인 린…"승리 너머의 가치"

국내 최고 경영권 분쟁팀을 소개합니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만 되면 '행동주의펀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정책 개선을 요구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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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경영권 분쟁팀을 소개합니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만 되면 '행동주의펀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정책 개선을 요구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여서 소액주주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물산 주총에 쏠렸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과 미국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의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펀드로 구성된 연합이 합세해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해당 전략은 '울프팩(Wolf Pack)'으로 불린다. 행동주의펀드 여러 곳이 연합해 한 개 기업에 주주제안을 하는 전략이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삼성물산 공세…결과는 '패배'·주가는 '상승'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요구한 것은 △현금배당 4500원(보통주 기준)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 총 두 가지다. 현금배당은 직전 연도 2300원 대비 두 배가량 확대하라는 것이었고, 자사주 소각과 함께 자사주 매입도 함께 진행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이사회는 선을 그었다. 현금배당은 2550원으로 하고 보유 중인 자사주 188만8889주에 대한 소각만 주총 안건에 올렸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46%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한 팰리서캐피털도 행동주의펀드 연합에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합쳐봤자 총 2%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총지분은 33.63%였고 우호세력으로 꼽히는 KCC도 9.1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만 합해도 총 42.80%다.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 7.01%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공단도 삼성물산 이사회 편에 섰다. 국민연금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제안한 배당 확대안에 대해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며 반대했다. 자사주 취득에 대해서는 규모가 과다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삼성그룹 일가와 우호세력 KCC, 국민연금의 지분만 합쳐도 절반 수준인 49.81%였다.

다만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총주주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주총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중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배당 확대안에 찬성표를 던진 주주는 23.1%에 그쳤다. 자사주 취득에 대해서는 17.1%만 찬성했다. 주총 전부터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분 40%가량을 들고 있던 소액주주도 이사회 측에 손을 더 많이 들어준 셈이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주총에서 패배했지만 호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저평가를 소폭 해소했다는 이유에서다. 행동주의펀드가 삼성물산 이사회에 처음 주주서한을 보낸 지난해 10월19일부터 삼성물산 주총 당일인 올해 3월15일까지 삼성물산의 주가는 43.75% 상승했다. 지난해 10만원대를 횡보하던 주가도 주총 이후 14만~15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의 잠재력이 크다며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행동주의펀드가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가 부양의 동력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래몽래인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한 린…보폭 확대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법률 자문을 맡은 곳은 법무법인 린이다. 린의 도현수 변호사는 직접 삼성물산 주총장에 가서 행동주의펀드 주장의 타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인철, 도현수, 김종식, 밀로시 주르코프스키, 김유나, 홍수형, 황지연, 양지원 변호사 /그래픽=유한새 기자, 자료=법무법인 린 홈페이지


당시 도 변호사는 "삼성물산의 우량 자산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며 "자본 배분과 주주수익률 개선 필요성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 디스카운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며 "삼성물산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불명확한 전략 등으로 주주들이 성장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지만 린은 이들의 법률 대리를 맡으며 경영권 분쟁에서 경쟁력 있는 로펌이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김앤장 출신인 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0기로 린에서 인수·합병(M&A), 직접투자, 기업 지배구조, 합작법인(JV), 자본시장, 금융거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 변호사와 함께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법률 대리를 함께한 김종식(연수원 37기) 변호사와 Milosz Zurkowski 미국 변호사도 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김앤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M&A, 공정거래, 일반 기업자문, 경영권 분쟁, 의료법 및 송무 등 다양한 분쟁 업무를 맡고 있다. Milosz Zurkowski 미국 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설립 및 노동법 준수를 포함한 모든 사업 영역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다. 특히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역외 펀드 등록 업무에 특화돼 있다.

현재 린은 이정재와 래몽래인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정재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도 변호사와 함께 강인철(연수원 21기), 김유나(변시 9회), 홍수형(9회), 황지연(9회)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중 강인철 변호사는 1995년 검사로 시작해 1999년 판사로 전관한 후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북부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특히 올해 4월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