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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상승기가 정점에 다다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조단위 대어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상장을 미루거나 공모 절차를 밟는 도중 철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IPO 시장은 중소형 기대주들이 이끌었다.
많은 중소형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노렸다. 수익성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도 성장성과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기술성과 별개로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매출 추정치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는 등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 기업 '파두'가 있다.
집단소송으로 번진 파두사태…'투자자 보호' 직접 나선 한누리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상장 전까지만 해도 기대주로 꼽혔다. 국내 첫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로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고의 기대주'라는 평가와 함께 1년 넘게 이어진 IPO 시장 찬바람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봤다.
상장 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을 이어갔다. 경쟁률 363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확정했다. 공모가 기준 파두의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이었다.
상장 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상장 첫날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실적과 기술 측면 문제가 아닌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파두의 3분기 분기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진짜 문제가 터졌다.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의 괴리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두는 증권신고서에 지난해 추정 매출액을 1203억원으로 기재했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제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이라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주가는 계속 하향세를 그렸고 이에 소액주주들은 '뻥튀기 상장'이라며 거래소와 상장주관사에도 책임을 물었다.
이에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 소액주주들과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 나섰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란 증권 거래 과정에서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중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대표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한누리는 "2023년 7월 중순에 제출한 증권정정신고서(투자설명서) 및 첨부된 기업실사 보고서 등에 '동사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현황을 유지하고 있어 영업활동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액의 계속적인 증가와 수익성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거짓 기재"라고 주장했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파두 사태는 금감원의 현미경 심사를 촉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들 중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기업 지배구조 변화부터 경영권 방어까지 '일조'
파두사태에서 소액주주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과거부터 소액주주들의 대변자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2011년 씨모텍 유상증자 관련 집단소송에서 소액주주들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내며 손해배상을 받게 했다.
파두 소송은 한누리에서 김주영(연수원 18기), 오택림(27기), 송성현(36기), 박필서(38기), 박진구(49기), 김동욱(변시 10회) 변호사가 맡고 있다. 특히 김주영 대표 변호사는 김앤장 출신으로 2000년 한누리를 설립한 후 증권·금융관련 소송과 기업지배구조 관련 분쟁 업무를 수행해 왔다. 대우전자 분식회계, 현투증권 실권주 공모 사기 사건, LG그룹 주주대표 소송,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 사건, 주가연계증권(ELS) 종가조작 소송 등 여러 분쟁에서 투자자를 대리해 성과를 냈다.
한누리는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 대변자 역할을 넘어 행동주의펀드의 조력자 역할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와 연이 깊다. 한누리는 올해 JB금융지주에 주주제안을 한 얼라인파트너스의 법률 대리를 맡아 JB금융지주가 제안한 사외이사 2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일조했다.
당시 한누리는 집중투표 방식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전략 수립, 주주제안,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및 공시, 위임장 심사 및 주주총회 당일 대응 업무 등 다각도에서 종합적인 주주총회 자문을 제공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사례는 금융지주사에서 주주제안 이사 후보가 선임된 국내 최초의 사례로 남았다. 법률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현재 파두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김주영, 박필서, 김동욱 변호사와 함께 구현주(변시 4회), 이기훈(7회) 변호사가 함께 했다.
지난해에도 얼라인파트너스를 대리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와의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당시 한누리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를 통한 회사이익 편취 관련 장부·서류 등 열람등사 청구, 위법행위유지청구 등 공격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문제가 된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조기 종료 결정을 받아냈다.
경영권 분쟁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HS화성(옛 화성산업) 경영권 분쟁에서 이인중 명예회장의 아들 이종원 회장의 대리를 맡아 경영권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 당시 이종원 회장은 이인중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홍중 사장과 갈등을 빚었는데 이홍중 사장이 이인중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데 반대하며 시작됐다. 한누리는 법원으로부터 대표이사 회사 직위 확인 가처분을 인용 받으며 이종원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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