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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호주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Austal)의 인수를 중단했다.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렸지만 협상 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해외거점을 확보하고 방산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당초 목적은 유지하는 만큼, 새로운 인수합병(M&A) 매물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25일 공시를 통해 오스탈 경영진, 이사회와 인수 관련 딜에 대한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고 상대방에게 통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협의를 진행하며 10억2000만호주달러(약 9400억원)의 인수를 제안했다. 1988년 설립된 오스탈은 글로벌 선박 및 특수선 건조업체로 미국 해군 군함과 핵잠수함 등을 생산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숙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사명을 바꾸며 쇄신에 나섰다. 특히 미국 중심의 글로벌 군함과 함정 수주전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으로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다. 오스탈은 호주, 미국은 물론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미국과 해외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오스탈은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고 협상 중단으로 이어졌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오스탈은 실사 이전에 500만호주달러 수수료를 선납해야 한다면서 미국이나 호주의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한화오션은 비합리적인 주장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해 오스탈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오스탈을 포기했지만 사업 확장은 꾸준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거점 확보와 방산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이와 관련해 6월에는 1억달러(약 14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국은 자국 연안의 승객과 화물은 미국에서 만든 국적선만 수송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현지 업체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상선의 50%를 공급하며 점유율을 갖추고 있다. 다만 2018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실적과 재무 개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함정 유지보수(MRO)와 특수선 건조를 위한 인증 절차 등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싱가포르의 부유식 해양 설비 전문 제조업체 '다이나맥 홀딩스(Dyna-Mac Holdings Ltd)'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한화는 현지 특수목적법인(SPC)를 활용해 12월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1990년 설립된 다이나맥은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 전문회사로 싱가포르 현지에 두 곳의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주력인 상선 사업 외에 특수선 중심의 방산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상선 사업은 연간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해양 및 특수선 사업은 상대적으로 작다. 해당 사업 부문의 매출을 살펴보면 2021년 7397억원, 2022년 7056억원, 2023년 1조8605억원을 기록했고 10%대 비중에 그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를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향후 또다른 기업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탈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호주, 유럽 등 해외 거점을 갖추고 특수선 등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오스탈 인수 검토는 중단하지만 호주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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