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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는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이다. 1988년 연구원으로 공채 입사해 품질, KTG(설비)부문장 등 생산현장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경쟁사 비오너 대표이사들이 영업에서 쌓은 것과 달리 타이어 본연의 기능과 생산 합리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대표의 성과는 현금 창출력 개선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순이익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고비용 구조 탈피, 생산 계획 합리화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중이다.
수익으로 이어진 '증설·생산 합리화'…고비용 구조도 탈피
정 대표는 대표이사 직함을 새긴 첫 달부터 노조와의 협상 일정을 잡았다. 당시 금호타이어 노조는 임금 인상, 고용 안정을 주장하며 베트남 투자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해외 증설이 고용 불안 기술 탈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이에 정 대표는 '미국 관세 대응' '저가 시장 전진기지' 등 사측의 계획을 설명했다. 미국의 반덤핑관세를 뚫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베트남공장 증설은 무난하게 완료됐고, 올해는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1764억원이다. 베트남공장 증설 이전 시점인 2022년 상반기(8940억원) 대비 143.4% 급증했다. 성장은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이 견인했다. 같은 기간 유럽 수출은 108.6% 늘었고 아시아 매출도 33.5% 증가했다. 글로벌 매출 증가율은 33%에 달한다.
실적 개선은 베트남 공장 가동에 따른 나비효과였다. 베트남 공장이 상위 시장(미국) 물량을 소화하자 기존 공장들의 물량 압박이 줄었다. 이에 한국 공장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고부가 타이어(고인치·EV) 물량을 늘릴 여력이 생겼고 중국공장은 내수 및 아시아시장 공급에 집중했다.
금호타이어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고비용 구조' 와 '노조 리스크'도 해소된 상태다. 금호타이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1인당 평균 임금은 7100만원이다. 한국타이어(8500만원), 넥센타이어(7600만원)보다 낮다. 타이어 3사 평균(7730만원)과 비교해도 60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노조와의 관계는 대립에서 협력으로 바뀌었다. 2018년 이후 최근 6년동안 단 한번의 총 파업도 발생하지 않았다.
과제는 '성장 동력' 확보…모기업 투자 유치해야
정 대표 체제에서 금호타이어의 현금 창출력은 크게 개선됐다. 다만 아직 재무 안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안정권(100~150%)을 넘긴 203%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42%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준(30%)을 10% 이상 웃돈다.
문제는 최근의 실적이 정 대표가 시행한 '관리적 경영'의 성과라는 점이다. 자구책을 통한 내부 관리의 성과일 뿐 점유율 확대와 생산 증대 등 성장과 관련된 새로운 투자가 없다. 경쟁사들이 유럽과 미국에 대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것과 대조된다.
전략 시장인 유럽의 경우 투자 필요성을 밝힌 상태지만 투자 계획은 없다. 올해 1분기에는 "2028년 양산 가능한 일정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7월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국내 설비투자 역시 답보 상태다. 1970년대 준공된 광주공장의 경우 낙후된 와 한정된 부지 등으로 이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2021년부터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부지 선정도 못했다.
투자 지연과 번복은 모기업인 더블스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 인수 후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베트남법인 증설 유상증자(2021년, 1067억원)가 유일할 정도로 적극성이 떨어진다. 또한 모기업의 관심사가 지분 확대 또는 배당에 있다면 추가 투자 실현은 가능성이 낮아진다.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 역시 해외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모기업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따른 이익을 보지 못한 상태인 만큼 추가 투자를 언급하거나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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