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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11년째 지키고 있는 건설사다. 긴 시간 안정적으로 업계 최상위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사업과 내부거래(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 행위)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두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사업 수주액은 상반기 말 기준 2억7300만달러에 불과했고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내부거래까지 큰 폭으로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 연임돼 2027년까지 회사를 이끌 오세철 대표이사(사장)에게 ‘수익 구조 다변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급감한 해외 수주...내부거래도 매출 감소 ‘위기’
오 대표는 약 40년의 재직 중 15년을 해외에서 보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주요 현장에서 활약해 ‘해외전문가’ ‘해외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표로 선임된 이유도 해외 현장을 총괄한 경험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대표는 해외사업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임기 첫해인 2021년 69억6851만달러로 해외 수주 1위에 올랐으며 2022년 53억8100만달러, 2023년 71억5300만달러로 3년간 1위를 지켰다. 해외 수주가 늘어나며 매출도 크게 증대됐는데 2021년 10조9889억원에서 지난해 19조3101억원으로 76% 증가했다. 국내보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사업의 비중을 키워 업계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출의 근간이던 해외사업이 부진에 처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까지 2억7300만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는데 전년 같은 기간 56억6100만달러보다 95% 급감했으며 2022년 상반기의 16억8200만달러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상반기 해외 수주 순위는 8위이며 상위권에 경쟁사들이 포진해 있다.
해외통 수식을 가진 오 대표가 수주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지만 녹록지 않다. 주요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주 지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고물가에 따른 원가 부담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수조원의 내부거래도 감소하고 있다. 공장 일감을 주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의 경쟁 심화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적자 지속으로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는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었다. 내부거래 매출은 2015년 1조4232억원에서 이후 연간 3~4조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7조1056억원까지 증가했고 지난해는 5조649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정점을 찍은 내부거래 매출은 당시 건설부문 매출 14조5982억원의 48.67%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까지 내부거래 매출은 2조1879억원을 기록해 양호한 수준이나 앞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평택 FAB 3기(5조4072억원) 평택 P4 신축공사 (4조3013억원), 평택 P3 Ph3(3조1766억원) 등 대형 하이테크 현장은 준공됐으며 현재 평택 P4 Ph2(2조1316억원), 미국 Taylor FAB1(8조6502억원)만을 진행하고 있다. P4 일부 페이즈와 P5 증설 공사도 예정보다 미뤄지고 있으며 P6 착공 시점도 불투명하다.
흔들리는 매출 기반...SMR·수소 등 ‘신사업 가시화’ 과제
오 대표는 해외사업과 내부거래라는 든든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올해 초 연임할 때 주어진 특명도 에너지·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으로의 업역 확장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시권에 들어선 신사업은 루마니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루마니아는 도이세슈티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 상업운영이 목표다. 삼성물산은 7월부터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설계(FEED)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사업이 확정되면 약 5~6조원대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대표는 지난해 8월 루마니아 법인 설립과 올해 4월 루마니아 수행 지점 설립 안건을 이사회에서 다루며 루마니아 SMR 사업의 발판을 놨다. 또 지분 투자를 통해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를 SMR 사업의 파트너로 들이는 데 공헌했는데 2021년 6월, 12월 진행한 이사회에서 투자 관련 안건을 직접 다뤘다.
오 대표가 SMR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동유럽에서 2030년까지 대부분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으로 SMR 유사 모델의 발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루마니아 SMR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글로벌 5개 기업과 진행한 협약식에서 “루마니아 SMR 사업은 탄소중립 2050 달성과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글로벌 SMR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사업 분야는 수소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 시점을 2030년으로 보고 있으며 대형 사업 수주도 이때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수주할 대형 프로젝트는 없지만 소규모 사업의 경우 EPC로 연계해 내년 또는 내후년에 수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프로젝트는 사업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데 오만 살랄라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는 프리피드(Pre-FEED), 아랍에미리트(UAE) 그린암모니아 프로젝트는 지분 투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주택사업도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래미안 브랜드를 활용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자체사업으로 추진해 이달 중 분양하는 인천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2549가구)’의 추진 안건을 승인했다. 연간 분양 계획도 올해 초 4560가구에서 6117가구로 높여 잡았는데 해외사업의 부진을 주택사업으로 만회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나영찬 기자 na@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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