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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 HPSP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섰다. HPSP의 기업가치는 조 단위가 예상돼 올 하반기 주요 빅딜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HPSP가 급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전문’ 크레센도, HPSP 지분 매각 본격화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는 HPSP의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지분 40.9%(유통주식수 기준)의 매각을 본격화했다. 매각 주관은 UBS가 맡았으며 예비입찰은 올해 11월 말~12월 초 진행될 예정이다.
매도자 측은 다수의 국내 및 해외 후보군에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 및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리버스 인쿼리(인수자 측에서 매각자 측에 투자 의사를 타진하며 관심을 표명하는 것)'를 이미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매도자 측은 지분 매각가로 약 2조원 규모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종가 기준 HPSP 시가총액(2조7948억원)을 기준으로 한 크레센도 보유 지분 가치(약 1조1423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크레센도가 2017년 당시 프레스토 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6호 펀드)를 통해 인수한 HPSP 지분 가격은 약 100억원이었다. 단순 차익만으로 약 200배 수익이 전망되고 있는 셈이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2012년 5월 페이팔 및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피터 틸과 MIT 출신의 이기두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어 해외 성장성이 높은 수출 섹터 등 유망 기술주(테크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반도체 소부장 전 부문 걸쳐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하우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레센도가 투자한 대표적 반도체 기업으로는 한미반도체(후공정 장비), HPSP(전공정 장비), 텍슨(부품), 엔씨켐(소재) 등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있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운용자산 규모는 약 1조 8000억원이다.
소부장 슈퍼을 HPSP는 어떤 기업인가
이번 매각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대형 반도체 장비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7년 설립된 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열처리 공정) 장비에 대한 연구개발 및 제조,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반기보고서상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의 매출액이 58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0%를 차지한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소자 계면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목표로 개발된 반도체 전공정 장비로 고유전율(High-K) 절연막을 사용하는 트랜지스터의 계면특성을 개선한다. 통상 어닐링은 반도체에 생긴 손상을 제거하기 위한 열처리 공정인데 HPSP의 경우 고열이 아닌 고압방식의 장비다. 이 같은 방식의 제품은 HPSP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으나 HPSP의 주요 고객사는 전 세계 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의 1~4위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시장에는 HPSP가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대만 TSMC와 긴밀한 협력 관계란 점도 익히 알려졌다. 실제로 상반기 매출액 가운데 수출 매출액 비중이 85%(497억원)에 달한다.
HPSP는 풍산의 자회사 풍산마이크로텍(PSMC)의 장비사업팀을 전신으로 한다. 풍산그룹에 속해 있던 당시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다만, 꾸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한 데다 2017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로 새 주인을 맞으며 변곡점을 지났다.
독보적 시장 지위 기반 성장 탄탄
HPSP의 외형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이 시기 HPSP의 매출은 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가량 늘었다. 이후에도 HPSP는 △2020년 612억원 △2021년 918억원 △2022년 15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연간 1791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크레센도가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해인 2018년의 매출 24억원 보다 76배 성장한 성과다.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65억원을 기록했다. HPSP는 2019년 EBITDA 흑자 전환 후 2023년 기준 53.16%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라는 흐름 덕분이다. 고압 수소 어닐링 공정 효과로 인해 반도체 소자계면의 결함이 감소되면 전자 이동량이 향상되므로 반도체 트랜지스터 성능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자의 특성상 계면의 안정성 확보에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소자 계면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시장의 수요는 계속 확장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에서 D램 순으로 고압수소어닐링 장비가 점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High-K Metal Gate) 공정이 활용되고 있다. HKMG는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른 누설 전류를 막기 위해 유전율 상수(K)가 높은 물질(High-K)을 적용한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계면결함이 생긴다. 이 계면결함을 비활성화하는 열처리 과정에 활용되는 게 바로 어닐링 장비다.
어닐링 공정에는 배치식 열처리 방법, RTA(Rapid Thermal Annealing), 레이저 어닐링, 고압수소어닐링 등이 있다. 이 중 공정 미세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게 고압수소어닐링이다. HPSP가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는 사실상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보니 급격한 속도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HPSP는 예스티(YEST)가 청구한 특허 무효심판에서도 승소하면서 당분간 시장 입지도 공고히 유지될 전망이다. 예스티가 청구한 권리범위 확인심판 3건은 모두 각하됐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간 HPSP를 따라다녔던 꼬리표가 독점 구도의 훼손 가능성이었다”며 “이번 결과로 2026년까지 독점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객사 다변화가 주요 과제인 만큼 실적 개선 여지도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HPSP는 최근 중화권의 반도체 설비 투자 증가로 인해 신규 고객사향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D램 등의 부문에서의 고객사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D1c(6세대 10나노급 D램)에서 미세화로 디램 신규 고객 확보는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4분기는 메모리 투자의 회복과 더불어 중화권의 반도체 설비 투자 증가로 인해 신규 고객사향 매출액이 유의미하게 반영돼 평균판매단가(ASP)의 믹스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PSP는 고객사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며 "로직과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분야에서도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세컨티어 고객사로의 확장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고객사들 모두 최선단 공정용으로 장비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장비 ASP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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