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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1호 사모펀드가 출범한 지 20년이 흘렀다. 2023년 사모펀드 업계는 136조 원의 자본 규모로 국내 인수합병의 37%를 휩쓸었다. 이제 뉴스나 기사에서 규모가 큰 사모펀드의 이름을 듣는 일도, 그들이 벌이는 ‘빅딜’의 전모를 전해 듣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사모펀드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대체 사모펀드는 무엇일까? 누가 어떻게 참여하는 것일까? 투자자를 모으고 자본을 굴리는 것은 누구일까? 그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얼마나 수익을 남길까? 사모펀드에서 또는 사모펀드와 함께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은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한국 대표인 김태엽이 사모펀드 업계에 관해 쓴 책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PE 투자 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다. 어펄마캐피탈의 누적 운용자산 규모는 약 6조 원으로 무려 27%의 연 수익률을 달성해오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광진화학, 세아FS, 한마음에너지, 삼양패키징, 성경식품, 티맵모빌리티 등 여러 기업에 투자해왔으며, 특히 450억 원을 투자한 폐기물 처리 업체 EMC홀딩스를 2020년 SK에코플랜트에 1조 500억 원에 매각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어펄마캐피탈의 한국 대표 김태엽이 쓴 이 책에는 사모펀드가 투자의 성공을 위해 구사하는 갖가지 경영전략과 투자의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와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문제 상황, 기업의 매각과 인수와 관련한 물밑작업, 비밀리에 추진되는 신사업과 기존 사업의 정리, 쟁탈전이 벌어지는 핵심 인재 영입과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의 손절 방법까지. 일반적인 투자자의 시각에선 보이지 않는, 건물과 장부 이면의 이야기가 저자의 실제 경험으로 소개된다. 경영과 M&A에 문외한인 사람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글에 업계 내에서 배짱 좋고 위트가 넘치기로 소문난 저자 특유의 넉살이 담겨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만하다.
이 책은 불황의 시대에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내일의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인과 직장인 모두에게 살아남을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는 그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것이다.
경영과 협상의 스페셜리스트, 사모펀드에게 배우는 투자·경영의 비밀
‘사모펀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보통은 ‘부실해진 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다음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사업은 모조리 조각내어 팔아치우는 기업사냥꾼’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사모펀드 가운데 ‘벌처캐피털(Vulture Capital)’은 그러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이는 사모펀드의 여러 형태와 방식 중 아주 일부일 뿐이다.
통상적인 사모펀드(PE)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신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그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지분 또는 기업 전체를 매각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부실한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방만해진 사업 운영에 효율을 높임으로써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 이렇게 가치를 끌어올린 기업이나 사업부를 더 큰 기관이나 기업에 매각해 큰 수익을 남기는 일이 사모펀드의 비즈니스다. 자연히 사모펀드 매니저는 인수 대상으로 삼을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과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경영 역량, 또는 그런 역량을 지닌 사람을 발탁하고 기용하는 용인술, 그리고 인수와 매각 시에 거래 상대자를 설득하고 협상을 이끌어가는 재주가 필요하다. 경영과 협상의 스페셜리스트. 그것이 곧 사모펀드의 정체이며 사모펀드가 하는 일이다.
김태엽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모펀드 업계에서 다양한 분야와 규모의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매각해왔다. 그는 자신이 체득한 투자와 경영 지식과, 경영진을 구성하고 인재를 발탁하는 노하우 모두를『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에 숨김없이 풀어냈다. 책 속에는 투자하기에 적절한 회사를 찾아내고 키워내는 방법, 거품을 걷어내고 회사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평가하는 방법,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볼트온 M&A 전략, 자문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사모펀드가 한계산업에서 수익을 남기는 방법, 투자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방법, 사모펀드의 인재 분류 기준과 평가 방법, 적절한 경영진을 선발하고 활용하며 교체하는 방법, 사모펀드에서 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자격과 자질,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회사에 C레벨로 합류하는 방법 등이 골고루 담겨 있다.
사모펀드 업계에 진입해보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기업가치의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가와 재무 담당자, 그리고 직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싶은 직장인들도 값진 인사이트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사모펀드에게는 숫자가 전부다”...냉혹하지만 짜릿한 사모펀드 세계
사모펀드는 생각보다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먹는 밥, 타는 차, 입는 옷, 바르는 화장품, 듣는 음악, 들여다보는 핸드폰, 사용하는 컴퓨터, 그 안의 반도체, 하다못해 매일 버리는 쓰레기와 폐기물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기업은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팔고, 사모펀드는 그런 기업을 사고판다. 어느 국가, 어떤 규모의 기업이라도 사모펀드의 시야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할 때, 그리고 이후로도 목적과 필요에 따라 경영진을 얼마든지 재구성한다. 목표한 이익을 창출해낼 수만 있다면 누구든 경영진으로 발탁할 수 있고, 언제든 내칠 수 있다. 오직 ‘숫자가 전부’인 사모펀드의 투자 원칙과 경영 원리를 모르고서는 자본주의의 경기장 위에 플레이어로 남아 있을 수 없다.
물론 이렇게 질문하는 분도 있다. “사모펀드는 피도 눈물도 없어서 성과가 안 나오면 바로 잘리지 않습니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런데 요즘 어지간한 국내 기업 임원의 처지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이는 거꾸로 말하면 사모펀드가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기업과 직장인일수록 사모펀드로부터 더 많은 러브콜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사모펀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이들에게 거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기회를 제공한다.
사모펀드의 기업 투자는 길어야 6년, 짧으면 3년 안에 승부가 나는 게임이다. 연봉 2억 원인 대기업 전직 임원이 10% 더 받고 와봐야 6년이면 1억 2000만 원이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훨씬 더 적다. 그에 비해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이 받는 성과급은 스톡옵션 기준 4~10% 정도 된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짜리 회사가 2000억 원이 되었다고 하자. 1000억 원 가치 증가분의 4%면 40억 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성과급이다. 월급 및 상여금과 별개로 받는 돈이다. 무엇이 더 이득인지는 수학이 아니고 산수 문제다.
“사모펀드 경영전략의 핵심은 인재”...사모펀드가 구사하는 인재전략과 S급 인재의 기준은?
“좋은 산업에서 지배력을 발휘할 만한 회사에, 좋은 경영진을 찾아서 짝지어준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와 투자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성공의 비법이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 가운데 저자는 최우선 조건으로 역량 있는 경영진의 발탁과 기용, 즉 ‘인재전략’을 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면 단연코 첫 번째 기준으로 ‘경영진의 경쟁력’을 본다. 사업모델은 시기와 유행,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기 마련이다. 기업에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경영진이 꼭 필요하다.
사모펀드가 구사하는 인재전략은 바로 ‘적절한 물갈이와 어장관리’다. 사모펀드는 기업이 성장하며 사업의 목표가 달라지고 체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할 때, 그리고 경영진의 성과와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주저 없이 경영진을 교체한다. 저자는 이를 ‘현명한 잔인함’이라 표현한다. 타성에 젖지 않고 인정에 휘둘리지 않아야만 그 기업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신속한 교체를 위해 사모펀드 매니저는 그 산업에서 주목받는 대표, 창업주, 임원, 팀장들을 매일같이 체크하고 인맥을 만들어둔다. 그렇다면 사모펀드가 S급으로 분류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사업은 인생과 마찬가지로 어떤 외생변수에 의해 어떻게 틀어질지 모른다.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얼마나 순발력 있게 조직을 다잡고 잘 돌파해나가는지, 그에 앞서 얼마나 준비성 있게 플랜B를 치밀하게 세워두었는지가 S급 인재와 B급 인재를 나누는 가장 손쉬운 기준이다.
업의 본질과 사업에 대한 이해, 산업의 트렌드 파악과 정확한 사업계획 설정 등은 좋은 경영진의 기본이다. 문제는 사모펀드의 전장이 정글 속 전투처럼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모펀드는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예상치 못한 트러블의 발생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서 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S급 인재로 대우한다.
생존을 원한다면!...한 권으로 읽는 사모펀드의 모든 것
국내 법규상 사모펀드의 투자자 수는 100인 이하로 제한되며 최소 투자금액은 3억 원이다.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은 사모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모펀드로부터 얻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사모펀드의 투자 인사이트로부터 트렌드를 읽는 방법과 신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변화무쌍한 사업 환경에 맞추어 조직을 재구성하고 자원과 인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사모펀드에 입사해 운용역으로 일하거나,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진으로 참여함으로써 보통의 월급쟁이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돈을 벌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일하는 직장도 어느샌가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인수 대상으로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사모펀드가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을 미리 잘 파악해두지 않으면, 실제로 사모펀드가 회사의 주인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탈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될 수 있다.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에는 ‘불황에도 돈을 버는’ 사모펀드의 투자 및 경영전략과 함께 ‘숫자가 모든 것’인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 원리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생존을 원하는 기업인과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정우성 기자 wsj@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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