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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이 에너지장비 및 서비스 업체 지오릿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지분 인수와 함께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가 포함된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각각의 방안에서 유동성을 장기간에 걸쳐 확보하기 위해 납입일을 분할 설정한 것이 눈길을 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지베이스 함께 지오릿에너지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엔투텍이 보유한 지분 17.22%를 410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에이프로젠이 10.93%, 지베이스가 6.3%를 각각 가져간다. 27일 계약금으로 41억원을 지불했고 잔금 369억원은 내년 1월9일에 치르게 된다.
에이프로젠은 지오릿에너지를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관련 바이오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내년에는 사명도 ‘엡트레이지뉴로사이언스’로 변경하기로 했다. 다만 지오릿에너지의 주력사업은 신재생에너지에서 냉난방 시스템과 연료전지 설계 및 시공 부문 등으로 바이오와 거리가 멀다. 게다가 신사업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도 추진하고 있었다.
에이프로젠은 지오릿에너지의 사업 전환을 위해 인수와 함께 다양한 조달처 확보에도 나섰다. 여기에는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엔피다즈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오릿에너지는 최대주주 변경을 알린 27일 3건의 유상증자와 2건의 CB 발행 결정을 동시에 공시했다. 유증으로 491억원, CB로는 114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에이프로젠은 각각 납입일을 달리 설정해 유동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납입일이 가장 빠른 9회차 CB(2024년 12월11일)와 가장 늦은 8회차 CB(2025년 11월25일) 사이에 세 차례 유증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장 다음 달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후 신주 또는 사채를 발행해 9회차 CB의 전환 또는 상환에 대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오릿에너지 조달 구상은 9회차 CB 투자자 ‘라르고스브릭투자조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가장 큰 액수인 1000억원 규모가 발행된다. 에이프로젠이 납입하는 인수가액이나 다른 조달 방안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모두 전환할 경우 30% 이상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되는 에이프로젠이 후속 유증과 CB 발행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리더라도 경영권이 변경될 여지는 있다.
내년에 진행하는 유증의 발행가액은 모두 현재 기준주가에 10% 할인율을 적용한 1242원으로 설정했다. 각각의 발행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주가흐름에 따라 투자자의 유불리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CB 전환가액은 모두 할인이나 할증이 적용되지 않은 1423원으로 정했다. 이 역시 9회차와 8회차의 발행일이 1년 가까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주가변동성에 따라 투자자의 선택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오릿에너지는 올해 실적부진을 겪으며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올 3분기에는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 54억원, 당기순손실 6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1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연결기준 결손금이 지난해 말 6억원에서 올 3분기 말에는 73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나마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273억원으로 32% 줄었지만 1000억원 규모의 9회차 CB가 반영되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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