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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삼킨 하림] 신뢰할만한 '자금 동원력'이 승부 갈랐다

Numbers_ 2023. 12. 18. 20:02

멀고도 험했던 HMM의 새주인 찾기가 9부능선을 넘었다. 동원그룹과 LX그룹, SM그룹, 글로벌세아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인수의향을 비쳤지만, 마지막 주인공은 하림그룹으로 결론이 났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매각 명분으로 내세웠던 ‘HMM의 민영화를 통한 해운업 재건’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동지훈 기자)


구조조정 시작 10년여만에 새주인


산업은행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57.9%)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가격으로 6조4000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HMM은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시작 약 10년여만에 새주인을 찾게 됐다. 구조조정 시작 당시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유동성 위기 이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6조8000억여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두 기관은 이자와 배당 등으로 자금 일부를 회수했지만 대부분은 HMM 지분을 팔아 회수해야 했고 지금의 M&A가 시작됐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본격화한 이후 시장의 관심은 가격에 쏠려 있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영구전환사채(CB) 물량을 감안한 매각가는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됐기 때문이다.

거대한 몸값에도 불구 인수에 관심을 표하는 후보자들은 적지 않게 나타났다. 하림그룹이 그 중 한 곳이었다. 이 외에도 HMM의 3대주주 SM그룹이 일찍이 인수 의사를 내비쳤으며, 동원, LX, 글로벌세아, 외국계 선사 하팍로이드까지 투자 설명서를 받아갔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만 ‘승자의 저주’ 우려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하는 초대형 원매자가 등장하지 않자 인수 후보들의 자금 동원력이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걱정보다 기대감 앞서는 자금동원력 증빙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원매자 없이 본입찰까지 이어진 HMM 인수전은 하림그룹 등 일부 대그룹 간 각축전으로 진행됐다. 앞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의 사례처럼 대형 원매자가 막판에 치고 나올 기대감도 있었지만, 이변은 없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이번 하림그룹의 HMM 인수는 '걱정반 기대반' 인수합병(M&A)이란 평가다. 딜 초기에는 걱정이 더 많았다. 자산규모의 경우 하림그룹은 17조2980억원으로 HMM(25조7880억원)보다 적다. 또 하림의 HMM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은 PEF 운용사가 메워줬다. 인수자의 전체 자금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 비중이 크다는 건 산업은행 입장에서 최고의 매각은 아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기대한 자금인 만큼 언제든지 하림을 제외한 2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찰이 진행될수록 하림그룹의 탄탄한 자금 동원력과 인수 의지를 보면서 걱정보다는 기대를 더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의외로 하림그룹의 자금 증빙이 탄탄했고 컨소시엄도 안정적이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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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삼킨 하림] 신뢰할만한 '자금 동원력'이 승부 갈랐다

멀고도 험했던 HMM의 새주인 찾기가 9부능선을 넘었다. 동원그룹과 LX그룹, SM그룹, 글로벌세아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인수의향을 비쳤지만, 마지막 주인공은 하림그룹으로 결론이 났다.강석훈 KDB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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