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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카카오모빌리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시동을 걸었다. 다양한 잠재적투자자와 논의를 벌이는 가운데 특정 인수후보와 거래지분율이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TPG가 8년 만에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에 나선 가운데 복수의 투자자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이 중 VIG파트너스와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대체투자부) 컨소시엄이 지분 인수를 검토하며 자문사와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VIG-골드만삭스 컨소시엄 외에도 잠재적 매수 측의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으나 모두 초기 논의 단계라는 것이 매도 측의 설명이다.
TPG는 지난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에 약 6400억원(컨소시엄 합산분 기준)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로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29%를 가진 2대주주다. TPG는 지분 투자 8년 차에 접어들면서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거래 대상 지분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VIG-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TPG 지분(29%)을 포함해 최대주주인 카카오(57.3%)의 일부 지분을 더해 50% 이상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다만 거래 관계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지분 매각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과거 MBK파트너스가 FI 지분을 포함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지분 인수를 논의한 전례가 있는 만큼 50% 이상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TPG뿐 아니라 복수의 FI들도 지분 매각에 합류할 경우 매수 측은 최소 35%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주주는 칼라일(6.18%),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5.35%) 등이다.
경영권 지분 매각 시 노조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2022년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타진했을 당시에도 노조 반발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TPG의 카카오모빌리티 엑시트 딜이 성사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관건은 거래가격에 대한 합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매도 측과 매수 측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과거 투자유치 과정에서 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해 매도 측의 눈높이는 높을 수밖에 없다.
2017년 설립 당시 TPG컨소시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1조6300억원으로 평가하고 500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상반기 3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칼라일(2200억원), 구글(565억원), TPG컨소시엄(1400억원)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기업가치 4조9300억원을 평가받고 ㈜LG(1000억원), GS그룹(950억원)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TPG컨소시엄이 대신증권에 700억원가량의 소수 지분을 팔 때 카카오모빌리티는 7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감안할 때 TPG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FI들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6조~7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는 아니다”라며 “TP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지 8년이 된 만큼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고 있지만 전부 초기 논의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론된 잠재적매수자 측은 내부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논의한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등 택시 호출 중개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95%로 추산돼 사실상 독점사업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018억원이며, 같은 기간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341억원이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1조1000억원을 외부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1년께 카카오그룹의 골목상권 침해와 쪼개기 상장에 대해 여론이 악화하면 상장 작업이 한 차례 중단됐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타진했으나 노조의 반발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FI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가 이어지면서 상장을 재추진했지만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IPO를 통한 엑시트가 지연되자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미국계 PEF 운용사인 TPG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2490억 달러(약 356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주요 사모펀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바이아웃(경영권 매각) 전략을 구사하며 아시아 펀드의 AUM 규모는 340억 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TPG는 1999년 아시아 자회사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5년 제일은행을 매각하며 한국 시장을 떠났다가 2016년 이상훈 대표와 윤신원 부대표를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영입하며 재진출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용기 업체 삼화를 3000억원에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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