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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부터 주도해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올해 새로운 동력으로 추진된다.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 핵심으로, 좀비기업 퇴출 심의를 효율화하고 관련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단타 위주로 돌아가 새내기 공모주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로써 국내 증시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토대로 투자하는 문화에 일조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이 같은 내용의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중심의 투자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내 증시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시가총액 상승률과 주가지수 상승률 간 괴리가 큰 비대칭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IPO 시장은 과도하게 단기차익 위주로 운영되고, 진입에 비해 퇴출이 원활하지 않아 자본시장의 효율적 기능과 신뢰를 저하한다는 평가와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 IPO 참여요건 강화…'의무보유확약' 확대 독려
IPO 시장에서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자로 공모가 산정 오류와 상장 직후 시초가 대비 폭락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고유재산 참여 시에만 존재했던 등록기간 및 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 참여도 제한한다. 다소 과도했다는 평가를 받은 초일가점제는 완화된 가점 기준을 적용해 쏠림현상을 완화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의무보유확약을 대폭 확대하도록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도 새롭게 도입한다. 기관투자가가 의무보유확약 40% 이상을 내걸 경우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또 의무보유확약 최대 가점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한편 가점도 5점에서 최대 7점으로 늘렸다.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도 강화된다. 우선 공모가 산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장기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를 도입한다. 또 주관사의 내부배정 때때 차별배정을 금지하고, 내부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한다. IPO 기업에 대한 사전취득분 의무보유 기준도 확대한다.
'좀비기업' 솎아낸다…코스피 시총 50억→500억 이하 상폐
상장폐지 제도는 저성과 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목표로 개편된다. 우선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는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코스닥은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매출액 요건도 코스피의 경우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은 75억원에서 300억원으로 강화한다. 또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이 발생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다만 매출액 요건 강화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경우 최소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면 매출액 요건이 면제된다.
상장폐지 절차는 심의 단계와 개선기간을 단축해 효율성을 높인다.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최대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인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적 상장폐지 사유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심사를 병행해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이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후에도 거래를 지원하는 장치가 마련된다.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6개월간 주식거래를 보장한다. 상장폐지 심사 중 기업이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상장폐지 이후에도 투자자 보호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시장 "제도개선 취지 환영…단, 사각지대 살펴야"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증시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취지와 제도개선 내용에 깊이 공감했지만 일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관투자가들의 IPO 참여요건이 강화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의 시장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코스닥에서도 이익을 잘 내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의 상장폐지 우려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은 "IPO가 시장참여자들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관문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고, 적정 공모가보다는 분위기에 치중하며 흥행 여부가 결정돼 가격왜곡 문제도 발생했다"며 "이번 제도개선으로 합리적인 공모가격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도개선으로 일부 중소형 기관투자가들은 다소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유승창 KB증권 본부장은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확약률이 낮으면 주관사의 부담이 커진다"며 "이럴 경우 주관사는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관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IPO 인력 유치 등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관사의 수익성을 배려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이사는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회피하고 싶은 것이 불확실성인데, 상장폐지 과정에서 심시기간이 길어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제도개선으로 기간을 축소하고 심사기간 중에도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공시를 강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상장폐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선의의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매출액, 순이익은 꾸준히 나오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총은 300억원대 아래인 기업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이의신청 없이 바로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이러한 건실한 기업들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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