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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대규모 유상감자 'IPO 흥행' 신호탄 될까?

Numbers 2025. 1.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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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대규모 유상감자 'IPO 흥행' 신호탄 될까?

SK온의 미국법인 블루오벌SK가 또 한 차례 대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한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5일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34억달러(약 4조 9000억원) 규모의 유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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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법인 전경 /사진 제공=SK온


SK온의 미국법인 블루오벌SK가 또 한 차례 대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한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5일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34억달러(약 4조 90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유상감자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을 반환하며 자본금을 줄이는 행위로 이번 조치를 통해 SK온의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는 각각 2조 4500억원씩 자본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번 감자는 지난달 진행된 28억 80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 규모의 감자에 이은 추가 조치다. 당시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는 약 2조원씩을 돌려받았다. 잇따른 대규모 감자는 SK온이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재무 건전성 확보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美 에너지부 대출 승인…감자로 유동성 압박 해소


이번 결정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블루오벌SK를 대상으로 대규모 대출 지원을 확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말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을 통해 블루오벌SK에 96억 3000만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 차입을 최종 승인했다. ATVM은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체에 저금리 자금을 지원해 전기차 및 첨단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대출 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준으로 설정됐다. 금리가 일반 금융 시장에서 조달하는 금리에 비해 현저히 낮아 회사의 자금 활용 부담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한다.

결국 이번 감자는 블루오벌SK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서 양대 주주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동시에 블루오벌SK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감자 사유에 대해 "해외투자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유상감자로 회수된 자본은 SK온의 유동성 확보와 부채 상환, 신규 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특히 2024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SK온은 누적 영업손실 7676억원과 법인세차감전순손실 1조 5617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 높은 부채 비율도 부담이다. SK온의 부채 총계는 23조 6351억원으로 이 중 유동부채는 12조 3689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2조 1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 4553억원에서 급감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온은 이번 감자를 통해 회수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이자 부담 완화에 활용하며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 안정화 기조 IPO 가속


유상감자는 결과적으로 SK온이 계획 중인 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 확장을 위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왔지만 높은 부채 비율과 지속적인 적자 구조가 시장 신뢰도를 저하시켜 왔다. 이번 조치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안정화함에 따라 IPO를 앞두고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저금리 정책자금을 기반으로 한 유상감자는 SK온의 재무 안정성을 보증하는 신호로 작용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SK온 IPO 성공 여부가 단순한 재무 구조 안정화가 아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ATL,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 SK온은 아직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순이익률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ROE가 각각 –1.8%, 7.0%였던 반면 같은 기간 SK온의 ROE는 –21.3%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속적인 적자 구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IPO 이후에도 시장 신뢰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의 이번 감자와 정책자금 확보는 단기적으로는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고 IPO 준비를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IPO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