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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족쇄' 풀린 이재용 회장…컨트롤타워 재건·대형 M&A 속도내나

Numbers 2025. 2. 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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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족쇄' 풀린 이재용 회장…컨트롤타워 재건·대형 M&A 속도내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이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간 겪어온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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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이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간 겪어온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되는 미중 관세전쟁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시동을 걸며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10년 만에 풀린 '사법 족쇄'…이사회 복귀·컨트롤타워 재건 나서나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남아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마지막 단추로 여겨졌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2심에서도 인정받은 만큼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되는 미중 관세전쟁과 윤 대통령 탄핵정국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또다시 '사법 족쇄'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이 회장이 이번 판결 이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 등에 나서며 본격적인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25일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해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해 공정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 위기론을 거론하며 경영의지를 강조한 만큼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다음 달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이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앞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으며 재판 중이던 2019년 10월 임기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 넘게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뉴삼성 마련에 속도를 내려면 삼성전자 이사회 일원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고 현재 그룹을 둘러싼 복합위기를 타개하려면 총수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함께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 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이 급변하는 경제상황, 노조 등장, 구성원 자부심 약화, 인재 영입의 어려움 등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를 강조했다. 또 컨트롤타워 재건에 대해서는 "준감위가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위원회와 삼성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회장 비서실(1959~1998)로 시작돼 구조조정본부(1998~2006), 전략기획실(2006~2008), 미래전략실(2010~2017)로 이어졌다. 현재는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가 맞물려 돌아가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지원TF만으로는 그룹 전반을 아우르고 미래의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돼왔다.

(왼쪽부터) 지난 2016년 당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하만의 디네시 팔리월 CEO 등 양사 경영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세상에 없는 기술' 강조 JY…하만 이후 대형 M&A 속도내나

이 회장의 무죄 선고로 전장 자회사인 하만 이후 약 8년째 멈춘 대형 M&A에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특히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연초부터 이 회장이 주문한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강조하며  M&A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업계에서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어떤 기술의 경우 국가가 개입돼 (M&A가)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라며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메디테크, 공조 분야는 꾸준히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M&A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투자하고 소규모 M&A를 성사시키며 '포스트 하만' 찾기에 나서왔다. 지난해 '지식 그래프' 기술을 가진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스(OST)'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콜옵션을 통해 로봇 전문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밖에 자회사 하만이 지난해 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사들였으며, 삼성메디슨 역시 같은 해 프랑스의 AI 기반 의료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다.

한편 삼성의 '포스트 하만' 유력 후보로는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문(주행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등)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사업 부문(알테라) △핀란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의 네트워크 사업부 등이 거론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사진 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

 
트럼프 리스크 확대…글로벌 네트워크 회복도 주목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에도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첫 행보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그간 이 회장은 명절 때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했으나, 이번 설에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대외 행보를 자제했다. 그러나 무죄 선고 이후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글로벌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지역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책임자(CEO)가 4일 서울에서 국내 기업 및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위해 방한하는 가운데 이 기간 이 회장과 만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트먼 CEO의 한국방문은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지난해 1월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계현 당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업부장들과 회동했다. 이후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해 주요 경영진과 만찬을 즐겼다.

삼성전자는 오픈AI와 최근 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AI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TV를 개발하고 있으며, 갤럭시 스마트폰에 챗GPT 같은 AI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R1' 출시의 파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성비를 앞세운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미국 AI 시장도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이번에 만나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AI 분야에서 더욱 긴밀한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올트먼 CEO가 참여하는 700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사업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본격 추진되는 만큼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양사가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용삼 기자 dragonbu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