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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재무구조 양호한데…2조 유상증자 카드 왜?

Numbers_ 2025. 3.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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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재무구조 양호한데…2조 유상증자 카드 왜?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선제적 자금 조달에 나섰다.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차입금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조달 비용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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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삼성SDI의 제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최지원 기자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선제적 자금 조달에 나섰다.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차입금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조달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들이 예정된 가운데 기존 차입금 조달 방식보다 유상증자가 더 유리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의문은 여전하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CFO·부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해명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가지 수단만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전부 조달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일 뿐 결국 '순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88.24%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94.75%)과 SK온(198.53%)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차입금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삼성SDI 측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약 1조9000억원에 그쳤지만 차입금은 1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사이 5조원 이상 불어났다. 삼성SDI는 앞으로 2026년까지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하며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정책적 불확실성 속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앞으로 더 높은 금리로 차입해야 하거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통한 선제적 자금 조달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 수를 늘려 주당 가치 희석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주들은 삼성SDI가 비교적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는 이번 2조원 유상증자가 투자 일정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확보한 자금이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따라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투자처로는 GM과의 합작법인(JV) 투자, 헝가리 신규 공장 설립, 정보차 관련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김 부사장은 "주주님들의 피 같은 돈들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가장 유망한 투자처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자금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