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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이 도운 김동원 업적만들기…IPO 과녁 향하는 캐롯손보 3000억 증자

Numbers 2023. 12. 28. 10:43

(사진=캐롯)


적자 경영에 따른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으로 골머리를 앓던 캐롯손해보험이 3000억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2년에 걸쳐 완료했다. 양적 성장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캐롯손보의 기업가치가 상승해 향후 3년 내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올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인 IFRS17 덕분에 한화그룹에서 금융부문을 승계하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자기 브랜드 만들기'가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롯손보의 상장은 전통의 한화그룹 내에서 '성장주'가 탄생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화손보는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하에서 부채총계가 크게 줄면서 자기자본이 3조원대로 뛰었고 그 결과 이번 유상증자에 1200억원을 부담없이 투입할 수 있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22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계열회사인 캐롯손해보험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공시했다. 출자금액은 1200억원으로, 보통주 754만2427주를 취득하게 된다. 출자 후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분율은 종전 56.31%에서 60.15%로 상승하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더 상승했다. 한화 보험 계열사가 수직 계열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사 간 연결고리가 더욱 명확해진 상황이다. 캐롯손보는 한화손보가 과점주주이며 이 외에도 알토스벤처스(9.9%), 스틱인베스트먼트(9.9%), 티맵모빌리티(12.71%), 어펄마캐피탈(9.9%) 등이 펀드 또는 직접 지분으로 갖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총 1300억원 수준이다. 이는 한화손보가 1200억원을 투입하고 알토스벤처스가 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성사됐다. 작년 8월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1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올해 말 1300억원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2년에 걸쳐 완료된 것이다. 유상증자 계획은 당초 작년 말을 기점으로 완료하려 했으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마무리를 지었다.

캐롯손보가 이번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유니콘 기업' 조건인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게 됐다. 이는 캐롯손보가 본격 출범한 2019년 5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통상 VC와 사모펀드가 지분 투자 후 5년이 지나면 엑시트(자금 회수)를 고려하는 만큼 올해부터는 캐롯손보의 '몸값 올리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손보가 유증을 통해 지분율을 오히려 높인 것은 한화 보험 계열사가 유사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1200억원을 투입한 한화손보의 경우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제도(IFRS17) 하에서 부채가 시가 평가되면서 자본력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유상증자 참여에 명분도 실려있다.

한화손보의 올 9월 말 별도 기준 자본 총계는 3조531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건전성 비율인 K-ICS 비율도 경과조치 신청 전 기준으로 177.5%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를 상회한다. 경과조치란 올해부터 새 건전성 규제인 K-ICS가 본격 시행되면서 해당 제도 도입을 유예해 달라고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한화손보의 경우 자본 여력이 개선되면서 경과조치 조기 졸업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건전성이 올라온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작년 말 자본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324억원 손실로 잡혔으나 올해 들어 1782억원 이익으로 반전되면서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보험사의 자본 항목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채무증권 중 일시적으로 분류를 하지 않았으나 일정 시점에 계상을 하게 자본으로 잡히게 된다. 

과점주주인 한화손보가 건전성 우려를 던 상태에서 캐롯손보에 실탄을 투입한 셈이다. 이로써 캐롯손보도 향후 3년 내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캐롯손보는 지난해부터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양적 성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주력 상품인 후불제 자동차보험 '퍼마일보험'은 높은 재가입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물 보상 전문 손해사정 법인인 히어로손해사정을 통해 비용 효율화도 가능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2619억원으로, 일반보험 457억원에 비해 비중 면에서 6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원수보험료 기준 3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므로, 자동차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갱신되므로 할인과 마케팅 등을 활용하면 점유율 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의 경우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VC 입장에서 유증에 참여한 것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지분을 확보해 향후 엑시트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정 기자 yieldabc@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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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이 도운 김동원 업적만들기…IPO 과녁 향하는 캐롯손보 3000억 증자

적자 경영에 따른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으로 골머리를 앓던 캐롯손해보험이 3000억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2년에 걸쳐 완료했다. 양적 성장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캐롯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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