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100대 기업 보고서] 한전 유동성 '최하위'…올해 갚을 빚만 64조

Numbers_ 2025. 4. 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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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보고서] 한전 유동성 '최하위'…올해 갚을 빚만 64조

한국전력공사의 단기 유동성 지표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들 중 최하위에 머물 만큼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만 64조원에 달할 정도로 과도한 부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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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한전


한국전력공사의 단기 유동성 지표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들 중 최하위에 머물 만큼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만 64조원에 달할 정도로 과도한 부채에 발목이 잡혀 유동성 가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면에서 경쟁력을 높여 사회적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던 시장형 공기업 정책이 재무 건전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한전의 유동비율은 45.7%에 머물렀다. 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기업이 1년 안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이 수치가 낮은 기업일수록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유지할 때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고, 100% 이하이면 부실 우려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업종별 특성에 따른 차이 등은 고려해야 한다.

한전의 문제는 눈덩이처럼 쌓인 부채다.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만 6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다 보니 유동성에서 숨통을 트기 힘든 실정이다. 한전의 해당 금액은 63조9688억원으로 1년 새 4.4% 더 늘었다.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나머지 채무까지 합하면 빚은 200조원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총 부채가 205조445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 증가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만 연간 4조6651억원을 부담했을 정도다.

이런 구조적 악순환은 요금 인상을 낳고 있다. 전기요금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에만 7차례나 올랐다. 이 기간 인상률만은 총 49.4%에 이른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인상 후 9년 가까이 동결되다가, 2022년 4·7·10월과 2023년 1·5·11월 등 6번 연속으로 올랐다.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갖는 듯하다가 지난해 10월에 다시 인상됐다.

이는 결국 시장형 공기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공기업들로 하여금 자산 규모와 실적을 끌어올리게 해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 자체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기업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몸집이 큰 시장형 공기업들이 받는 유동성 압박은 장기간 누적된 부채로 인한 구조적 한계"라면서도 "요금 인상 외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장형 공기업의 의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