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외부감사 핵심사항 진단] 수익보다 빠른 수익 인식?…삼성중공업 '진행률 리스크'

Numbers_ 2025. 4.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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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사 핵심사항 진단] 수익보다 빠른 수익 인식?…삼성중공업 '진행률 리스크'

삼성중공업의 수익 인식 방식이 외형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회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선업 특유의 '진행률 기준'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아직 고객에게 인도되지 않은 선박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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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장치 LNG운반선. /사진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수익 인식 방식이 외형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회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선업 특유의 '진행률 기준'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아직 고객에게 인도되지 않은 선박의 이익이 실현 이전에 이미 수익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2024년 삼성중공업 감사보고서에서 "계약수익과 총계약원가의 추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이는 당기 또는 미래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입법(원가기준)에 따른 수익 인식 방식을 핵심 감사사항으로 지목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 부문 매출 대부분을 계약수익에 따라 인식하고 있다. 이때 수익을 인식하는 기준은 진행률(누적 계약원가÷총계약원가)이다. 문제는 총계약원가에 국제유가, 철강 등 원자재 가격, 환율, 인건비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설계변경, 보상금, 위약금 등 고객과의 협상 결과까지 반영되면서 수익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과거에 이미 인식된 수익이 뒤늦게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회계 구조의 특성은 계약자산과 계약부채 규모로도 확인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계약자산 3조572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미 수익으로 인식했지만 고객에게 아직 청구되지 않은 미청구공사 대금으로, 전체 매출(9조9030억원)의 40%에 달한다. 반면 계약부채는 5조4630억원으로 고객이 미리 지급했으나 아직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금액이다. 수익을 선반영한 금액이 미청구공사 형태로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중공업의 완성공사 재고는 '0원'으로 공시돼 있다. 통상 선박 인도 직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실질 인도 전 상당한 수익이 회계에 먼저 반영됐다. 수익이 앞당겨진 만큼 이후 수익 실현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경우 손실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재무제표상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파생금융부채의 급증이다. 삼성중공업은 환헤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대거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유동파생금융부채는 2023년 6940억원에서 2024년 2조655억원으로 1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율이나 금리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방증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이같은 회계 구조는 조선업 전반에 공통된 사안으로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장기 수주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수익 인식 시점과 실질 현금 유입 시점 간의 괴리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며 "이는 삼성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닌 조선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회계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항은 매년 반복적으로 감사 절차의 주요 포인트로 검토되고 있는 항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 전반이 '진행률 기준' 수익 인식 방식에 따라 유사한 회계적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예컨대 한화오션은 2024년 말 계약자산이 4조9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계약부채는 오히려 줄었다. 수익은 앞당겨 반영되는데 현금 유입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