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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불황이 만든 승자, 국민가게 '다이소'

Numbers 2025. 4. 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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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불황이 만든 승자, 국민가게 '다이소'

다이소 경영 성공 공식 ‘균일가 가성비 효율성’다이소 영업이익률, 경쟁 유통사 대비 3~5배 높아재무적 성공 넘어 지속가능성 높이는 전략 찾아야‘국민가게’라는 별칭이 붙은 다이소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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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경영 성공 공식 ‘균일가 가성비 효율성’
다이소 영업이익률, 경쟁 유통사 대비 3~5배 높아
재무적 성공 넘어 지속가능성 높이는 전략 찾아야

‘국민가게’라는 별칭이 붙은 다이소는 생활필수품을 저렴한 균일가로 공급해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자리 잡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아성산업이 첫 매장을 열며 출발한 다이소는 2018년 ‘아성다이소’로 상호를 변경했고 2023년 12월에는 일본 ‘다이소 산교’의 지분 34.21%를 전량 인수하며 완전한 ‘토종기업’으로 변신했다.

전반적인 거시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이소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6%, 영업이익 증가율은 29%에 달한다. 또한 경기 불황으로 다수의 기업이 고용을 줄이고 비용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다이소는 임직원 수 1만 2500여 명을 유지하며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이소의 핵심 전략은 ‘균일가’ ‘가성비’ ‘운영 효율성’으로 요약된다. ‘균일가·가성비’ 전략은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매하는 것을 넘어 “다이소에 가면 언제나 이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신뢰와 안정감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규모의 경제, 전략적 상품 구성, 강력한 공급망 관리, 효율적 운영이 이러한 전략의 기반이다. 최근에는 저가 생활용품에 머무르지 않고, 뷰티(화장품), 패션(의류), 건강기능식품 등 마진율이 높은 상품군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2024년 다이소의 매출은 3조 9689억 원으로 4조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은 37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3094억 원으로 23.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35%로 유통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다. 이마트(0.16%) 롯데쇼핑(3.385%) 쿠팡(1.46%) 홈플러스·코리아세븐(적자) 등 경쟁 유통사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시대의 흐름을 앞서 읽고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한 다이소의 성공에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에서는 다이소의 눈부신 성장에 박수만 보낼 수 없는 불편함이 남는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고물가 침체의 늪에 빠지는 가운데 그 반대급부로 부상한 다이소의 약진이 오히려 ‘장기 불황’의 상징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2.75%)를 동결하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수의 투자은행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1.4%로 하향 조정했으며 소비자심리지수는 93으로 기준선(100)을 하회하는 수준을 지속 중이다. 관세폭탄으로 시작된 무역 전쟁은 GDP의 37%를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소비가 위축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가성비’는 소비자의 최우선 관심사가 된다.

다이소의 성공 스토리는 일본의 ‘100엔 숍’처럼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탄생한 우리 사회경제 구조 변화의 한 단면이다. 고물가와 장기불황의 짙은 그늘 속에서 다이소의 약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사업모델은 극단적 ‘가성비’와 ‘운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불황기 대표 비즈니스다. 이제 다이소는 ‘국민가게’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도 있다.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는 말처럼, 3만 가지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며 가격대는 500원에서 5000원 사이로 매우 저렴하다. 이로 인해 문구점 철물점 잡화점은 물론 화장품 의류 건강식품까지 골목상권의 상당 부분을 다이소가 대체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쇼핑 명소로 꼽힐 만큼 브랜드 영향력과 고객 유입력이 크다. 전국에 1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경쟁 대형유통사들도 ‘숍인숍’ 형태로 다이소 입점을 유치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국내 골목상권 상황은 ‘100엔 숍’ 확산으로 전통 소매점이 20% 이상 감소한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다이소의 ‘균일가·가성비’ 전략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납품업체와 장기 계약을 통해 대량 주문을 유지하고 현금 결제 비중을 높여 신뢰를 확보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다수의 국내 중소 제조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다. 낮은 단가로 거래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약화되며 품질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중소 제조업의 기반을 강화하려면 적정 마진을 확보하고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행태는 ‘가성비’ 추구의 불편한 단면이다. 극단적 ‘가성비’는 일회용 소비를 부추기며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이 같은 소비 문화가 심화되면 ‘합리적 소비’가 아닌 ‘소모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3만여 종 상품의 상당수가 플라스틱 제품이라는 점도 문제다. 재활용률이 낮고 환경 호르몬 배출 가능성이 있는 제품의 범람은 환경오염 우려를 키운다.

고물가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난제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소의 성공 기반이다. 다이소는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소비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물류 운영 효율을 높이는 혁신으로 성장했다. 그 성공은 재무성과와 소비자 만족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다이소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은 그 자체로 지속 가능성을 제약하는 본질적 위험을 내포한다. 초저가 유지를 위한 압박은 납품업체 리스크와 품질 저하 가능성을 높이고 박리다매 전략은 환경 문제와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다이소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가려면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균일가’ ‘가성비’ ‘운영 효율’이라는 내부 경영 과제 해결은 물론 공급망 압박, 골목상권 침해, 환경오염 같은 외부 규제 리스크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 탁월한 재무성과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성공한 다이소의 사업모델에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다이소가 성공 신화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고 발전하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