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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와 승계 논란

Numbers_ 2025. 4.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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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와 승계 논란

‘에어로’ 주가 오히려 상승…소액주주 ‘꽃놀이패’한화승계는 편법 아닌 ‘빅딜’과 방산 ‘대박’ 덕분㈜한화+에너지 합병 계획없어…삼성 反面敎師'수유지혜 불여승세(雖有智惠 不如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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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 주가 오히려 상승…소액주주 ‘꽃놀이패’
한화승계는 편법 아닌 ‘빅딜’과 방산 ‘대박’ 덕분
㈜한화+에너지 합병 계획없어…삼성 反面敎師

'수유지혜 불여승세(雖有智惠 不如乘勢), 수유자기 불여대시(雖有鎡基 不如待時)', 고전 ‘맹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시류를 타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좋은 농기구가 있어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뛰어나고 총명해도 객관적 형세가 불리하고 시절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생도 그렇지만 비즈니스에서도 특히 시절 운이 중요합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국정농단 뇌물 사건’과 뒤이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경영권 승계 관련 주가 조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오랜 시간 시달렸습니다.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는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를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없었고, 이재용 회장이 재판과 감옥살이로 10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불행히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보수 세력은 박근혜 윤석열이라는 두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실수를 되풀이합니다.

정권 교체기의 특정 기업 국회 토론회

보수 진영 대통령이 탄핵되고 진보 정권으로의 권력 이동을 앞둔 시점에서, 재계 서열 7위인 한화그룹에서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와 승계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야당 후보가 직접 나서 무산된 상법 개정안과 연계시키며 한화의 유상증자와 승계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와 범야권 의원 20여 명이 국회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국회에서 특정 기업을 지목해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토론회에서는 한화에어로의 역대급 유상증자는 주주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 회사 발전을 위해 투입돼야 할 자본이 경영권 승계에 동원됐다는 비판, 기업 경영권이 2~3세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 이뤄지고 그 피해가 소액주주 몫으로 돌아간다는 주장, 한화 사례를 계기로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한 이사들의 충실 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단순히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문제만 짚은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오너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와 합법적 승계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한편에서는 진보 진영으로의 정권 교체가 자본시장과 재계에 던질 파장을 예고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김승연 회장의 3형제에 대한 지분 양도는 총수 일가를 위한 것이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일까요?

초기 충격과 이후 반전된 주가 흐름

지난 3월 20일 한화에어로는 해외 생산 거점 확보 등을 위해 3조6000억 원 규모의 사상 최대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주가는 당일 13% 급락해 60만 원대를 기록했습니다. 한화오션 등 다른 그룹사 주식들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특히 유상증자 발표 전에 한화 3형제가 100% 지분을 갖는 한화에너지가 보유하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입장을 바꿔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후 1개월이 지난 지금 한화에어로 주가는 82만 원대로 올랐습니다. 일시적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입니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주주 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대신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화오션 지분 거래를 통해 한화에너지로 넘어갔던 자금이 다시 한화에어로로 돌아오게 됩니다. 특히 소액주주들에게는 15% 할인된 가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화에너지는 할인 없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무리 없는 승계와 지분구조 변화

한화에어로 및 계열사들의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거나 더 오른 것은 승계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주효했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본인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세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증여가 완료되면 한화에너지 22.2%, 김승연 회장 11.3%, 김동관 부회장 9.8%,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5.4%를 보유하게 됩니다.

3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한화 지분율 합계는 42.7%가 되어 김승연 회장의 지분 11.3%를 크게 앞지릅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한화 지분율도 20.8%에 이르러 김승연 회장보다 많아집니다. 한화그룹의 1단계 승계가 사실상 완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승계가 끝났다는 것은 무리해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승계를 위해 기업을 상장하거나 합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화에어로 및 ㈜한화, 한화오션 등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제 한화에어로의 2조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일반 주주들에게 주는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가도 유상증자 발표 전보다 더 올랐고 승계와 관련된 여러 불확실성도 해소됐습니다. 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이 결정하면 됩니다. 증자를 앞둔 한화에어로 일반 투자자들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계가 부러워하는 한화 승계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국회 토론회에서 일부 시민단체나 야당 의원들이 말한 것처럼 과연 한화그룹의 승계가 불법적이고 편법적이며,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 등 대부분의 주요 그룹들은 승계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아니면 현대차그룹처럼 승계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화그룹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승계는 재계에서 부러움을 삽니다. 한화그룹 승계의 결정적 사건은 지난해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시장에서 ㈜한화 지분을 공개 매수하고,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까지 인수한 것입니다. 그 결과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기존 9.7%에서 22.16%로 크게 늘어 김승연 회장의 22.65%와 거의 같아졌습니다.

지난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편법이나 불법도 없었습니다. 모두 정상적인 시장 거래를 통해 취득했고, 자금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고려아연에서 단군 이래 가장 격렬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한화 지분을 살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화 3형제 입장에서는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방산업 이렇게 뜰 줄 누가 알았나

좀 더 크게 보면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3형제로의 승계를 큰 틀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사건은 2015년 삼성과의 '빅딜'입니다. 당시 한화는 2조 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삼성테크윈(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 삼성종합화학(한화임팩트), 삼성토탈(한화토탈에너지스)을 인수했습니다. 방산과 화학이 삼성 입장에서는 계륵이고 버려야 하는 카드였지만 한화에는 엄청난 효자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방산업이 지금처럼 뜰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화는 방산업에서 큰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승계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쉽게 해결해나갔습니다. 승계는 결국 돈 문제입니다. 한화의 승계는 불법이나 편법이 아니라, 삼성 이재용 회장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이 한화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인수했던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면서 앞으로 승계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더 쉽게 풀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물려받는 11.3% 지분에 대한 3형제의 증여세 부담 약 2000억 원도 앞으로 방산과 조선 분야에서 벌어들일 막대한 수익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승계를 위해 한화에너지를 상장한 뒤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며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하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시류를 읽는 전략적 판단 중요

한화그룹은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에 대해 상장을 고심 중입니다. 한화에너지 상장 시 기업 가치는 약 4조~5조 원으로 추산되며, 당초에는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습니다. 상장하면 일부 구주매출도 이루어져 3형제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현재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새 정부 출범과 상법 개정 등을 지켜본 뒤 상장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지금처럼 정치권과 시장, 시민단체까지 한화그룹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 합병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총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정식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공정거래법상 여러 규제를 받아야 하고 특히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한화 입장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회계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습니다.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알고 총수 집안 간에도 교류가 많은 한화 입장에서는 삼성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합니다. 한화도 현재로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계획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

맹자는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시류를 타는 것만 못하다고 했고, 공자는 ‘논어’에서 ‘부지명 무이위군자야(不知命 無以爲君子也)’라고 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요즘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젊은 리더들이 늘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