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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6조원 바이오 매각 철회…분사 가능성 떠올라

Numbers_ 2025. 5.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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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6조원 바이오 매각 철회…분사 가능성 떠올라

CJ제일제당이 5조원 규모의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 계획을 공식 철회하면서, 바이오 부문 재편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속에 그린바이오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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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 바이오사업부 매각 계획이 없음을 공시하며 그린바이오 사업을 매각이 아닌 육성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5조원 규모의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 계획을 공식 철회하면서, 바이오 부문 재편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속에 그린바이오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한 분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철회 입장을 밝혔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사료용 아미노산(라이신, 알지닌, 트립토판)과 식품용 조미 소재(핵산 등)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바이오 부문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매각가는 약 6조원으로 추정됐다.

기대와 달리 인수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매각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매화그룹, 광신그룹,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매각가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정세 변화로 바이오 사업의 가치가 재조명되자 CJ제일제당은 매각보다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연합(EU)이 1월 중국산 라이신에 58.3~8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럽 수요가 비중국산으로 이동했고 CJ제일제당이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1월 유럽 내 라이신 가격은 kg당 2.8유로(약 4447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상승했으며, 2월에도 같은 기간 65% 가까이 올라 수익성 개선 여지가 커졌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미국 아이오와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등 공급망 불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제일제당 측은 "유럽과 북미에서 라이신 등 글로벌 아미노산 시황 회복이 본격화되는 만큼, 다변화된 생산 거점을 통해 관세 분쟁에 대응할 것"이라며 "트립토판 등 고수익 품목의 전략적 가격 운영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 전략 전환에 따라 사업 구조 개편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그린바이오와 친환경 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묶어 분사하는 방안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추진한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매각이 무산되자, 단기 매각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레드바이오 부문을 2021년 인수한 천랩과 통합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독립시킨 전례와 맥을 같이한다.

CJ제일제당은 그간 사업 전문성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차례 분사를 단행했다. 2022년 건강사업부는 'CJ웰케어', 2019년 사료·축산 부문은 자회사 'CJ피드앤케어', 2014년 제약사업부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로 각각 분리했다. 이 중 CJ헬스케어는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됐고, CJ피드앤케어는 2019년 매각이 추진된 바 있다.

바이오 사업 분사는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 각 기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주력인 식품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구조적 장점이 있다. 현재 바이오 부문은 식품 사업과 조직 및 연구개발(R&D) 체계가 분리돼 있어 물리적 분할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분리되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R&D 역량을 강화해 바이오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며 "CJ제일제당이 향후 바이오 사업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에도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사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시장에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다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바이오 부문 실적은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에 포함돼 개별 수익성과 사업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바이오 부문 매출은 4조2095억원으로 전체(CJ대한통운 제외) 매출의 20.7%를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3376억원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분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 없으며 사실무근"이라며 "그린바이오와 CJ셀렉타 등 바이오 사업은 기존처럼 육성해 식품과 함께 회사의 두 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