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어바웃 G] 원종석 회장 지배력 '영끌'…신영자산운용, 배당성향 200% 폭증 배경은

Numbers_ 2025. 6. 23. 14:23

▼기사원문 바로가기

 

[어바웃 G] 원종석 회장 지배력 '영끌'…신영자산운용, 배당성향 200% 폭증 배경은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신영증권의 비상장 자회사인 신영자산운용 배당성향이 200%를 넘어섰다. 신영운용의 실적이 반토막 났지만 모회사의 곳간을 채워준 양상이다. 신영증권은

www.numbers.co.kr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 /사진 제공=신영증권


신영증권의 비상장 자회사인 신영자산운용 배당성향이 200%를 넘어섰다. 신영운용의 실적이 반토막 났지만 모회사의 곳간을 채워준 양상이다. 신영증권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오너 회사로 꼽히지만, 오너일가 지분율이 낮아 자사주 보유 지분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자사주 소각 의무'가 제도화될 경우 경영권 방어 문제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신영증권은 원국희 명예회장 체제에서 아들인 원종석 회장 체제로 변했음에도 여전히 개인 최대주주는 원 명예회장이어서 상속 이슈도 남은 상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신영증권은 매년마다 배당성향을 높이고 원 회장은 이를 재원으로 다시 신영증권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데, 신영운용의 높은 배당성향 역시 이 연장선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영운용·부동산신탁, 실적 꺾여도 '현금배당'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영운용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1850원씩 총 118억4000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3월 결산법인인 신영운용은 올해 3월31일을 배당기준일로 잡고 이날 배당금 지급을 마무리한다.

신영운용의 현금배당은 2021년 결산 당시 200억원 규모를 단행하며 2022년6월 지급한 이후로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신영운용의 주식 550만주를 보유해 지분율 85.9%로 최대주주인 신영증권은 신영운용으로부터 배당금 명목으로 101억7500만원을 받게 됐다.

신영운용의 배당 규모는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많은 액수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 역시 100%를 돌파해 200% 넘게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얼만큼 나눠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가 넘으면 순이익보다 많은 현금을 배당했다는 뜻이다.

신영운용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2024년4월~2025년3월) 영업이익은 61억원, 순이익은 58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3년 결산 당시 거뒀던 158억원, 133억원보다 반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은 205.06%를 기록하게 됐다. 같은 규모의 현금배당을 단행했던 2023년 결산 때의 배당성향 88.83%보다도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신영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고유자산 부분의 운용수익이 줄어든 탓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의 또다른 핵심 자회사인 신영부동산신탁은 2019년 설립된 이후 4년차였던 2022년 결산때부터 보통주 1주당 250원씩 5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해왔다. 신영증권이 신영부동산신탁 지분 61.15%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년째 30억5000만원씩 수령해온 셈이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 때문에 결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40% 넘게 급감한 97억원, 7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신영부동산신탁의 배당성향은 68.49%라는 계산이 나온다.

신영운용과 신영부동산신탁을 지배하는 신영증권은 대표적 오너 회사임에도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낮고 자사주 비중이 높은 곳이다. 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8%에 불과한 반면 자사주 비중은 53.1%에 달한다. 유통주식수 비중은 30%가 채 되지 않는 탓에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이재명 정부 들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될 수 있는 점은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변수다.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원 회장 일가 보유 지분율이 늘어나는 만큼 유통주식 비중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장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현재 신영증권 유통주식수 비중은 26.32%로 원 회장 일가 보유 지분율 20.58%보다 많다. 즉, 원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적은 지분으로도 신영증권이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보유함으로써 우호 지분처럼 활용했던 셈이다.
 
원종석 회장 상속 이슈 '재부각'

신영증권은 상속 이슈도 잠재적으로 남은 상태다. 1933년생으로 구순(九旬)인 원 명예회장은 신영증권 지분율 10.42%를, 원 회장은 8.14%를 보유 중이다. 신영증권이 원 명예회장 체제에서 원 회장 체제로,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이사회 의장직 분리 권고로 인해 전문경영인 체제로까지 전환했음에도 지분 이동은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과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시 60%)에 달한다.

이같은 지분구조에서 신영증권은 보통주 기준으로 1주당 배당금을 2022년 4000원에서 2023년 4500원, 지난해 결산 때에는 5000원으로 꾸준히 올려왔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개인 주주에게 비과세 배당이 이뤄지도록 자본준비금 감액을 단행해 개인 주주 입장에서 15.4% 세율을 원천징수되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1대 1 비율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신영증권이 자체적으로 보유했던 우선주들이 의결권 없는 보통주로 바뀌게 하는 한편 원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낮췄다. 대신 원 회장은 사내 성과보상 지급 대상 기준에 충족하며 꾸준히 신영증권으로부터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부여받았다. 이와 함께 배당금을 재원으로 원 회장은 그동안 신영증권 보통주를 꾸준히 장내 매수해왔다.

즉, 개인 최대주주가 원 명예회장에서 원 회장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신영운용의 실적이 급감했지만 그간 적립해온 준비금을 토대로 총 배당규모를 유지하느라 배당성향이 폭증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일련의 작업으로 원 명예회장과 원 회장 간 지분율 격차는 5.49%p에서 2.28%p로 좁혀졌다.

신영운용 관계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2021년 결산과 2022년 결산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좋지 않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며 "이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좋지 않았어서 현금배당을 하기가 어려웠었지만, 2023년 결산에 이어 이번 결산 때도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