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56.1%’라는 효성 총수일가의 안정적인 지배력 이면에는 옥의 티가 존재한다. 오너쉽을 확보하기 위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수천억원대의 개인 사재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로 인한 후폭풍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조현준 효성 회장의 효성토요타 지분 매각도 금융권 차입금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매각 속내는 주담대 상환자금 마련?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효성토요타 지분 8만주를 ㈜효성에 매각했다. 전체 매각 규모는 약 22억원이다.
효성 측은 이번 결정이 지주회사 ㈜효성의 자회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해당 거래로 효성토요타에 대한 ㈜효성의 지분율은 기존 40%에서 60%로 상승했다. 기존에는 조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각각 20%씩 총 60%, ㈜효성이 40%를 함께 보유하고 있던 구조였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효성토요타 지분 매각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주식담보대출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해 10월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효성화학 주식 15만508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하고 757억원을 차입했다. 이때 계약은 105억원, 80억원, 47억원, 250억원, 275억원씩 나눠 체결했는데, 평균 이자율은 5.37%다. 이자까지 포함해 조 회장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총 803억원에 달한다.
해당 차입금의 만기일은 2024년 10월 26일이다. 아직 9개월 정도의 기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조 회장 입장에서 여유롭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같은 해 8월에도 만기가 11월 28일인 담보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화학 주식 9만2862주가 담보로 제공됐으며, 총 99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를 상환해 담보 계약이 해지됐다면 변동 내역을 공시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공시는 올라오지 않았다.
계약해지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담보계약은 효성화학 주식뿐만이 아니다. 조 회장은 효성화학 외에도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ITX, 효성첨단소재 등 모든 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중 담보계약이 해지됐거나 더 이상 담보로 묶여 있는 주식이 없는 곳은 효성ITX와 효성첨단소재 정도다.
주식담보대출은 재계 총수일가가 급전이 필요할 때 주로 찾는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효성 오너들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인연이 깊다. 현재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하기까지 주식담보대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숙원이었던 지주회사 전환과 지배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에 노출된 상태로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은 오너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금을 출자할 때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다만 빌린 액수가 클수록 만만치 않은 이자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가 지배력 확보 위해 투입한 사재 '6600억'
현재 조 회장은 ㈜효성의 지분 21.94%를 보유하고 있다. 그와 형제경영을 구축하고 있는 조 부회장의 지분율은 21.42%다. 여기에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10.14%와 친인척이 보유 중인 모든 지분을 합하면 오너일가의 지분은 발행주식총수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들이 처음부터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업보고서(1998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 15.18% △조 회장 1.39% △조 부회장 0.81%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은 인적분할 전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효성의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조 회장의 경우 2001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95회에 걸쳐 366만9695주를 매입했다. 주가가 비교적 낮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취득단가가 주당 1만원대였지만, 2017년에는 1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조 회장이 17년간 장내매수에 투입한 금액은 무려 2500억원에 달한다.
조 부회장은 조 회장에 비해 조금 늦게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8년 4월까지 190회에 걸쳐 263만여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그가 지분을 매입하는데 들인 자금은 1400억원 정도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현재 수준의 지배력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효성은 2018년 12월 인적분할로 설립된 4개의 사업회사(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설회사의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효성 신주를 발행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다. 이때 두 사람도 공개매수에 응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각각 1267억원, 1374억원씩 출자해 신주를 배정받았다. 조 회장의 지분율은 14.59%에서 21.94%로, 조 부회장의 지분율은 12.21%에서 21.42%로 수직 상승했다.
이렇게 이들이 17년간의 장내매수와 유상증자 등 오너십 확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자그마치 6600억원에 이른다. 이때 수시로 활용된 자금조달 수단이 주식담보대출이었다.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2018년 6월 기준 금융회사에 담보로 묶여 있던 효성㈜ 주식은 조 회장 161만2596주, 조 부회장 136만3004주다. 마지막으로 담보계약 관련 공시가 이뤄진 2020년 3월 기준으로는 각각 454만4368주, 363만6878주다.
이들이 짧으면 3개월, 길어봤자 2년 만기인 금융권 차입금을 그때그때 갚아왔는 지는 알 수 없다. 공시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계약연장이 수차례 반복됐다는 점 정도다.
물론 이번 조 회장의 효성토요타 지분 처분과 같은 자산 매각이 유일한 차입금 상환 수단은 아니다. 총수일가의 지주회사, 계열사 지분율을 감안하면 배당금이 주요 자금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건 현재 수준의 지배력을 갖추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주식담보대출로 모아왔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느 대기업 오너일가도 크게 다르겠느냐마는 효성 오너들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대출이 이어지고 있는 걸 봤을 때 그 부담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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