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은 총수가 없다. 이는 국내 6대 대기업 중 유일하다.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현대차 '정의선', LG '구광모', 롯데 '신동빈' 등 대표명이 곧 수식어가 되는 서술구조 자체도 통하지 않는다. 포스코그룹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동일인이 없는 이같은 상황은 포스코그룹의 고위급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룹의 곳간을 책임지는 CFO 자리 변동 역시 임기가 있는 회장의 신변 변화와 함께해왔다.
포스코홀딩스 CFO의 특징은 최정우 회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는 포스코홀딩스 출범 시점과 맞물린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신설법인 포스코를 출범했다.
최 회장 선출과 지주사 전환 추진은 CFO를 거쳐 계열사 CEO 영전 후 조직을 떠나던 분위기가 한번 더 그룹으로 복귀해 '정점'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포스코그룹 임원진이 정권 교체와 함께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면 앞으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를 거쳐간 CFO 인사를 되짚어보는 이유다.
지난 10년 연구원 출신 '박기홍' 외 모두 '포항제철맨'
지난 10년 간 CFO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구원 출신인 박기홍 전 포스코에너지 사장 외에 모든 재무담당자가 '포항제철' 출신이다. 포스코 재무담당임원의 명칭은 재무투자본부장, 가치경영센터장,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전략팀장 등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먼저 2012년 포스코 전략기획총괄을 역임한 박 전 사장은 1958년생으로 1983년 공공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산업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2004년 포스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소(포스리)로 자리를 옮긴다. 이후 경영전략실 실장, 성장투자사업부문 부문장 등을 역임하고 2013년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다.
박 전 사장은 7대 회장인 정준양(2009년 2월~2014년 3월)시대의 마지막 CFO다. 정준양 전 회장이 2014년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이후 물러나자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후 2015~2018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 재직 이후 2018년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 전 사장 이후에는 '포항제철맨'의 시대가 열렸다. 박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은 1985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하면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1년 포항종합제철 자금관리실 자금기획팀장, 2004년 포스코 자금관리실 IR팀장, 2005년 포스코 경영기획실 경영전략그룹리더를 거친 재무통이다.
2008년 포스코 기획재무부문 경영기획실장 상무로 처음 임원에 올랐으며 2009년 포스코 재무투자부문 재무실장 상무, 2010년 포스코 전략기획총괄부문 재무실장 상무, 2011년 포스코 전략기획총괄부문 경영전략1실장 상무, 2012년 포스코 전략기획총괄부문 경영전략2실장 전무 등 재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에는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으로 이동했다가 2014년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2016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인 포스코켐텍, 2018년 포스코건설 수장으로 영전한다. 이 사장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포스코의 CFO 자리는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당시 부사장)이 맡게된다. 이때부터 최 회장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룹 우선주의' 최정우 시대…계열사 CEO가 지주사 CFO로
최 회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2005년 포스코 감사실장, 2006년 포스코 재무실장을 거쳐 2008년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기획재무실장 상무에 오르며 첫 임원 배지를 단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상무, 전무를 거쳐 2014년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기획재무본부장 부사장에 오른다. 당시 최 회장은 부사장 직함으로 대표이사까지 꿰찬다.
이후 이 사장의 거취 이동으로 최 회장은 2016년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 자리에 오른다. 2017년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마침내 2018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다.
최 회장 대에 와서 포스코홀딩스 CFO의 가장 큰 특징은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지주사 재무담당자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대표이사 역임 후 포스코 CFO로 복귀했다. 그 이전인 박기홍·이영훈 사장 시절에는 거꾸로 포스코 CFO에서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한 이후 포스코를 떠났다.
최 회장이 취임하면서 CFO 자리는 전중선 사장(당시 부사장)이 맡게된다. 전 사장은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2012년 포스코 원료구매실장, 2016년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을 거쳐 2017년 포스코강판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이후 포스코로 돌아와 가치경영센터장 부사장을 맡으며 최정우 회장의 '오른팔'이 된다. 2019년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2020년 포스코 글로벌인프라부문장·전략기획본부장, 2021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22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도 오른다.
올 들어 포스코홀딩스 '곳간지기' 자리를 꿰찬 정기섭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1985년 대우중공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포스코그룹에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합병되면서 '포스코맨'이 됐다. 2013년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상무에서 2016년 포스코홀딩스 가치경영센터 국내사업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포스코에너지 기획지원부문장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2020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대표이사인 정기섭 사장을 불러들였다. 그는 올해 들어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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