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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회사채 완판을 기록했지만 올해 건설사 발행 물량 중 가장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게 됐다. 지급을 보증한 롯데케미칼의 재무 사정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커 다른 건설사 보다 투심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0.6%P 가산...등급낮은 SK에코플랜트보다 높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1일 1년 만기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44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미매각을 피했다.
지급을 보증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AA·안정적’이 적용돼서다. 롯데건설은 ‘A+·부정적’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번 보증으로 롯데건설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보증한다. 무조건적 책임이며 취소할 수 없다. 롯데건설이 재무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항변하거나 대항할 수 없다.
롯데건설은 계열사 지원에도 금리 부담이 커졌다. 금리는 민평대비 0.6%포인트 가산된 규모를 적용받는다. 올해 발행된 건설사 회사채 중 가장 높다.
현대건설의 2년물 회사채 가산금리는 0.1%포인트다. 롯데건설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SK에코플랜트는 2년물에서 0.4%포인트 가산된 금리를 적용받는다. SK에코플랜트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이다. KCC의 2년물 회사채는 0.45%포인트 가산됐다.
1년 단기물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SK에코플랜트의 가산금리 규모는 0.2%포인트다.
'PF/자기자본' 비율, 태영건설에 이어 2위
롯데건설이 가진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5조4224억원이다. 자기자본 2조7044억원 대비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큰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 및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의 PF 우발채무가 3조3186억원에 달한다. 관련 우발채무의 광역시와 지방지역 비중도 50%를 상회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자기자본은 212.7%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 태영건설 다음으로 높다. 태영건설의 PF/자기자본은 373.6%다. 이어 △현대건설 121.9% △HDC현대산업개발 77.9% △GS건설 60.7% △KCC건설 56.4% 순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양경기가 저하되는 현 상황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높은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발채무 규모를 줄이기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롯데건설은 약 4조원 규모의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이중 1조5000억원 규모의 메리츠금융그룹 펀드가 중요하다. 차환 여부와 만기 등 조건에 따라 PF 우발채무 차환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수익성이 줄어드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들어 착공이 지연되고 공사 원가가 오르면서 진행사업장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저하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매출원가율이 89.3%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2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3% 줄었다.
수익성을 보존하기 위해 도급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역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돼 증액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2022년 하반기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차입을 대거 늘리면서 금융비용도 증가했다는 평가다.
모회사는 적자 지속·투자 확대로 차입금 부담 ↑
지급을 보증한 롯데케미칼의 사정도 넉넉치 않아 불안을 키운다.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2022년에 적자에 돌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유가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진 영향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연결기준 762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751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들어 수요가 회복됐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져 개선세가 약하고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지속되면서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투자를 늘이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3분기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9조639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와 내년에 연평균 3조원 수준의 설비와 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수익 악화로 현금이 줄어들어 투자 부담이 과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일부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부분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차입금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4년 석유화학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은 현재의 비우호적인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무안정성 지표 역시 과거 대비 저하된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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