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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어디까지 진행됐나

Numbers_ 2024. 2. 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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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어디까지 진행됐나

국내 대표 OTT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당초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합병 절차가 늦어지면서 또 다른 국내 OTT인 쿠팡플레이에도 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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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홈페이지)

 

국내 대표 OTT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당초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합병 절차가 늦어지면서 또 다른 국내 OTT인 쿠팡플레이에도 밀리는 모양새다. 연내 합병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연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티빙과 웨이브를 모두 앞지르고 있어 양사가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사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올 초 본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주주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은 CJ ENM의 추가 지분 매수에 대한 부담이다. 현재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으로, 지분 48.8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KT스튜디오지니(13.54%)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가 주요 주주에 올라 있다. 과거에는 CJ ENM이 티빙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JCGI(미디어그로쓰캐피탈), 네이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KT 시즌을 합병하면서 지분이 50% 아래로 줄었다.

웨이브를 운영 중인 콘텐츠웨이브의 최대주주는 지분 40.5%를 보유하고 있는 SK스퀘어다. 주요주주에는 △KBS(17.9%) △MBC(19.8%) △SBS(19.8%) △한국방송공사(1.9%) 등이 있다. 즉 SK스퀘어를 제외하면 방송 3사가 19.8%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최대주주는 CJ ENM이, 2대주주는 SK스퀘어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티빙이 웨이브보다 몸집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CJ ENM은 지주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합병법인의 지분율 4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22년 JCGI는 티빙이 발행한 신주(38만2513주)를 약 2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총 발행 주식 수가 총 282만4798주인 점을 고려하면 티빙의 기업가치는 약 1조8462억원 수준이다. 

만약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했을 때 단순하게 계산하면 합병법인에 대한 CJ ENM 지분은 20%대로 추정되는데, 의무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려면 수천억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CJ ENM은 웨이브와의 합병에 수천억의 비용을 댈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 CJ ENM은 지난해 연결 기준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으며, 순손실은 3996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특히 티빙이 속한 미디어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1.6% 감소했다. CJ ENM이 지난 2022년 피프스시즌을 인수하며 차입금 규모가 5614억원에서 1조8620억원 수준으로 큰 폭 늘어난 점도 합병을 위한 추가 지분 매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질적인 측면에서 시너지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너지는 대표적으로 가입자 증가가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OTT 앱 점유율은 넷플릭스(1237만명·39%), 쿠팡플레이(805만명·25.4%), 티빙(551만명·17.4%), 웨이브(301만명·9.5%) 순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히는 쿠팡플레이에 두 회사 모두 지난해에 점유율 순위를 내줬다. 

일각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8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중복 사용자를 제외하면 500만~600만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쿠팡플레이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웨이브의 투자금 상환이 얼마 남지 않아 연내 합병할 것이란 기대는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만기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당시 콘텐츠웨이브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바 있지만 이미 상장은 물건너간 상황에서 전환사채 2000억원을 상환하려면 합병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까지 상장 착수를 하지 않아 만기보장수익률 3.8% 조건은 내부수익률(IRR) 9%로 변경돼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결국 콘텐츠웨이브가 기업가치와 합병비율을 티빙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티빙과 웨이브 관계자는 "지난해 합병 관련 양해각서 체결 이후 진행되거나 구체화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