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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프앤아이의 전신은 국내 최초의 민간배드뱅크인 우리에프앤아이다. 우리에프앤아이는 현재 NPL 시장 점유율 1위인 연합자산관리보다 먼저 생겨난 민간배드뱅크다. 2014년 대신증권에 인수된 뒤부터는 NPL 시장 점유율이 낮아져 과거의 'NPL 명가' 명성에서는 한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프앤아이의 출발은 옛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IMF 외환위기 후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일정 수준 이하로 부실채권(NPL)을 관리해달라고 주문받았다. 이때 우리금융지주의 NPL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우리에프앤아이다.
우리에프앤아이는 출범 후 리먼 브라더스, 신세이 뱅크 등 해외 NPL 운용 기관과 협업을 하며 '사관학교' 역할을 했다. 2009년에는 국민연금과 NPL 펀드를 공동 운용하며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 점유율 하락 원인
정부가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투입해 설립한 옛 우리금융지주를 해체하며 우리에프앤아이도 2014년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당시 열 곳이 넘는 인수 참여자가 있었으나 대신증권이 최종적으로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했다. 대신증권은 인수 후 사명을 대신에프앤아이로 변경했다.
인수 당시 대신에프앤아이는 NPL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했다. 2018년 이전까지도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019년 이후 점유율이 10%대로 급감했다.
대신에프앤아이의 점유율 하락 원인은 사업 다각화에 있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주택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관련 자산의 비중이 점차 증가했다. 대신에프앤아이가 2016년 현재의 나인원한남이 있던 한남외인주택 부지를 낙찰받은 뒤 부동산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당시 대신에프앤아이는 6242억원을 써내 서울 한남동 670-1 일원의 한남동 외인주택 '니블로베럭스'를 매입했다.6만677㎡ 부지를 산 대신에프앤아이는 해당 부지 개발 사업에 전념했다. 한남동외인주택 개발 사업은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모자의 중점사업이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롯데건설을 시행사로 선정해 2017년 첫 삽을 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이 밖에도 부동산 PF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PF 관련 투자를 확대했고 2년 뒤에는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기며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본업인 NPL 대신 부동산PF와 한남동 주택개발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업계에서는 후발주자가 속속 등장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2위 자리를 꿰찼고 키움에프앤아이와 시장 점유율 3~4위를 다투는 상황이 됐다. 2021년에는 키움에프앤아이가 업계 점유율 3위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NPL 명가, 기지개 켤까
대신에프앤아이는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NPL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나인원한남의 분양이 마무리되고 사업 이익으로 발생한 자기자본 증가 덕에 NPL 매입 여력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신에프앤아이가 매입 가격이 높던 2021년~2022년에 NPL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던 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NPL 자산 매입 규모보다 회수 가능성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NPL은 일반적으로 3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회수가 이뤄진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신에프앤아이의 2019년 이전 매입 자산의 누적 회수율은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올해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NPL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다만 정해놓은 목표액 없이 최대한 회수 가능성에 집중해 입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신에프앤아이 관계자는 "NPL 시장 성장에 따라 관련 자산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며 "목표를 정해두고 매입을 늘리기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매입 규모를 확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NPL 투자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2년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하면서 단기 형태의 조달 구조를 장기화했다. 올해 2월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을 하면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대신증권도 대신에프앤아이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0월에는 39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NPL 회사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조달을 통해 매입 자금을 마련하다 보면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커버해 준 것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신AMC라는 NPL 운용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NPL은 은행들이 특정 조건에 따라 묶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입찰에 참여해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해 회수하느냐가 운용 성과를 판가름하는 열쇠가 된다.
대신증권이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할 당시 자회사 우리AMC를 한 번에 인수한 것도 이러한 강점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신AMC와 협업을 통해 최적의 수익률 달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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