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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공장 신증설을 잇따라 추진하며 캐파(CAPA·생산능력)를 빠르게 키웠다. 새로운 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미래 성장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 모든 투자는 비용으로 직결된다. 현금 창출력이 없는 상태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펼친다면 재무 부담은 앞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SK온의 자금 여력은 어떨까.
아직도 적자행진…정유·윤활서 번 돈 배터리로 잃었다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SK온 연간 영업손실 금액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년 빠짐없이 누적된 적자는 2조원에 육박한 결손금으로 쌓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는 매년 1조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는 재무 여력이다. SK온은 자금 조달에 당장 큰 무리가 없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정유와 윤활 부문의 높은 사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나타내고 있다. 매년 누적된 적자를 견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뒷배'의 든든한 자금력이 있던 셈이다.
대규모 투자 결국 '빚'으로
SK온은 전기차 시장의 개화에 발맞춰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마련했다. 배터리사업은 특성상 톱티어(Top Tier) 회사가 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같은 특성을 고려해 SK온도 공격적으로 규모를 키웠고 결국 삼성SDI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5위 회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다.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렸다.
SK온은 여태껏 막대한 CAPEX(자본적 지출)를 집행했다. 대규모 설비 증설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 흑자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SK온은 지난 1년간 CAPEX 6조7869억원을 집행했다. 이 투자 비용은 국내 서산 2·3공장,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1·2공장, 헝가리 이반차 공장, 중국 옌청 1·2공장 등 글로벌 생산공장 관련 시설 취득과 신규 수주 대응 등에 활용됐다.
아직 자체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창출할 여력이 없는 SK온으로서는 투자를 감당하기 위한 외부 조달이 필수적이다. 차입으로 조 단위 투자금을 충당하면서 이자비용은 덩달아 늘어났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맞물리며 재무부담은 한층 커졌다. SK온 총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조5614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2021년 4분기 기준 총 차입금은 4조5242억원 수준이었다.
이자비용은 출범 직후 241억원에서 2023년 3분기 말 1308억원으로 442.7% 치솟았다.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10조원을 넘겼다.
'CAPEX 7.5조' 어떻게 감당하나
문제는 올해 CAPEX 규모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SK온은 올해 CAPEX로 7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투자비용 대부분은 포드·현대차그룹과 각각 진행 중인 북미 합작법인(JV) 구축에 사용될 계획이다. 현재 SK온의 보유현금은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4조원이 넘는 외부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온의 저조한 실적을 감안했을 때 자체 신용만으로 대규모 차입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계열 내 직간접적 재무적 지원을 통한 자금소요 대응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온은 전방위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 출범 초기에는 모회사 대상 유상증자와 상장 전 지분투자 등 자본성 조달에 의존했지만 작년부터는 회사채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최근 국내외 주요 IB에 투자 유치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지분 매각, 회사채 발행 등 구체적인 자금 모집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SK온이 확보하려는 자금 규모가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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