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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E1이 하나파워패키지 인수로 곳간 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조가 넘는 기업을 인수하기에는 가진 돈이 턱 없이 부족한데다, 인수할 기업이 가진 빚도 너무 많아서다. 하나파워패키지를 인수할 경우 최대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생길 수 있다.
E1의 최대주주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2003년 LG그룹 계열 분리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인물로, 재무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2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E1이 국내 발전소 3곳을 인수할 경우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리스타캐피탈,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E1은 지난 15일 하나파워패키지가 보유한 평택에너지서비스·김천에너지서비스·전북집단에너지 각각의 지분 100%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약 1조원대다. 양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후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E1은 LPG유통회사다. 해외에서 LPG를 구매해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판매하는 업무를 한다. 국내에 46만7000톤의 LPG저장시설과 380여개의 충전소를 보유하며 과점적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 매출 규모는 5조7239억원, 영업이익은 1549억원이다.
인수대상 발전사 3사의 지분 전량은 하나증권이 보유하고 있다. 2015년 1월 SK E&S로부터 인수했다. 평택에너지서비스는 LNG복합화력발전을, 김천에너지서비스와 전북집단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을 운영하며 집단에너지사업자로 공급권역 내에서 독점적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하고 있다.
사업 시너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E1의 사업 구조가 LPG유통업에 집중돼 발전과 집단에너지사업이 추가되면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또 발전사업 특성상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영업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대상 3사의 평균 합산 EBITDA(에비타, 상각전영업이익)는 1305억원이다. 다만 인수 대상 건에 석탄화력발전소가 포함돼 있어 ESG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자산과 차입금 규모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1이 인수 대상 기업들의 지분율을 각각 50%, 75%, 85% 수준으로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E1의 차입금은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6800억원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총 보유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1조4978억원에서 최대 2조1778억원까지 증가한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22.6%에서 최대 160.9%까지, 차입금의존도는 37.9%에서 최대 4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 자금 대부분을 외부 차입으로 해결할 경우 재무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E1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에 불과하다. E1이 부담할 인수 자금은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68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가진 돈으로 발전소들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인수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 시, 합병을 통한 인수회사 차입금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는 구자열 회장이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회장은 인수합병(M&A)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온 재계 ‘재무통’이다. M&A를 위한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재무 부담을 감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자열 회장이 보유한 E1 지분율은 12.78%다. 이밖에 동생인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과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 겸 LS네트웍스 회장이 각각 10.14%, 9.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오너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총 45.4%다.
한국기업평가는 “단기적으로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면서도 “인수 구조 등 세부 사항에 따라 재무부담 수준이 달라 질 수 있다. 추후 인수 진행 경과, 인수 구조 및 자금 조달 계획, 영업 실적 등을 모니터링하여 재무안정성 변동 수준을 점검하고,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인수대상 발전사의 자산과 순차입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E1의 자산과 자본 규모, EBITDA 창출력 대비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동사의 보유 유동성을 고려하면 대부분 외부 차입에 의존할 것으로 보여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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