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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자회사 대표에서 모기업 대표로 올라선 신임 최고 경영진이 비상상태인 데브시스터즈에 어떤 변화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데브시스터즈는 오랜 적자를 끊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쿠키런'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수장들을 중심으로 최고 경영진을 개편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외 신규 IP(지식재산권) 발굴을 위해 진행한 개발 및 인건비 투자로 인해 2023년 적자에 빠졌다고 분석, 지난해 11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데브시스터즈의 새로운 경영 체제에서 쿠키런 IP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커졌고, 쿠키런 탄생 주역인 개발사 대표 3인이 차기 경영진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변화'에 방점을 두고 진행한 최고 경영진 개편이 기존 경영진 구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존 경영진인 이지훈, 김종흔 공동대표와 정문희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각각 이사회 공동 의장과 사내이사로 남게 됐는데, 이들이 여전히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또 신규 최고 경영진이 지금까지 이끌어 온 스튜디오킹덤과 오븐게임즈 등 개발 스튜디오 또한 적자에 놓여있어, 본사 경영인으로서 이들의 능력은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고돌아 결국 쿠키런…경영진도 바꿨다
데브시스터즈는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길현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데브시스터즈는 조길현 CEO(최고경영책임자)를 필두로 배형욱 CBO(최고사업책임자), 이은지 CIPO(최고IP책임자), 임성택 CFO 4인으로 구성된 새로운 최고 경영진 체제를 출범한다.
데브시스터즈의 새 경영진은 모두 데브시스터즈에 오래 몸담으며 쿠키런 IP 및 게임 탄생에 일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3명은 쿠키런 IP 개발 스튜디오의 현 수장인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조길현 대표 내정자는 이은지 CIPO 내정자와 '쿠키런: 킹덤'의 개발사 '스튜디오 킹덤'의 공동 대표다. 배형욱 CBO 내정자는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개발사 '오븐게임즈'의 대표다.
데브시스터즈의 최대 흥행작인 쿠키런: 킹덤 탄생의 주역인 조길현, 이은지 스튜디오킹덤 공동대표는 CEO와 CIPO로 내정되며 데브시스터즈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쿠키런: 킹덤은 7년 만에 데브시스터즈를 흑자로 견인한 게임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연결 기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적자였으며, 그 중 2019년의 영업손실 규모가 222억원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쿠키런: 킹덤을 출시한 2021년, 데브시스터즈는 매출 3693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을 기록하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806.8% 증가했다.
쿠키런 IP 게임 개발 자회사의 경영진이 데브시스터즈 본사를 이끌게 된 배경에는 데브시스터즈 내 쿠키런 IP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과 관련이 있다.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for kakao', 'LINE(라인) 쿠키런'부터 현재 서비스 중인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퍼즐월드', '쿠키런: 킹덤', '쿠키런: 브레이버스', '쿠키런: 더 다키스트 나이트', '쿠키런: 마녀의 성' 등 쿠키런 IP는 데브시스터즈의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다만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외 신규 IP의 발굴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쿠키런 원툴(한 가지만 능숙하다는 의미)'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흥행 실패 등 차기 신규 IP 발굴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출시한 사이드스크롤 방식의 온라인 슈팅 게임 '데드사이드클럽'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2월 데드사이드클럽을 스팀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하며 신규 IP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최적화 및 매칭 시스템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데드사이드클럽은 초반부터 삐걱대다 출시 5개월 만인 2023년 7월 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회사는 이후 피드백을 반영, '사이드 불릿'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해 10월 콘솔 플랫폼 PS5(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으로 재출시했지만 이 역시 2개월 뒤 서비스를 접었다.
새 게임의 흥행 실패까지 이어지며 데브시스터즈는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이지훈,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손익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 효율화 및 조직 개선으로 비용을 효율화하며 생산성을 높여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올해 1월, 쿠키런 IP 개발사 수장을 중심으로 한 데브시스터즈의 새 최고 경영진이 공개됐다. 조길현 내정자를 비롯해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실제 본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생인 조길현 대표이사 내정자는 2012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해 2013년 출시된 쿠키런 for kakao의 개발·운영을 총괄했으며 2023년 상반기부터 데브시스터즈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특히 2021년 데브시스터즈 흑자달성을 견인한 쿠키런: 킹덤의 개발 스튜디오 '스튜디오킹덤'을 공동 경영자다.
스튜디오킹덤의 또 다른 경영자인 이은지 CIPO 내정자는 쿠키런 IP 확장 및 브랜딩에 주력한다. 1989년생인 이 내정자는 2013년 데브시스터즈에 입사했으며, 지난해부터 데브시스터즈 임원과 스튜디오킹덤 공동대표를 겸임해왔다.
데브시스터즈는 이 내정자에 대해 "아트·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쿠키런 라이브 게임의 세계관과 아트 방향성을 구축하며 IP 확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향후 쿠키런 IP에 주력할 예정인 만큼 쿠키런 브랜딩을 맡은 이 내정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형욱 CBO 내정자는 198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출신으로, SK플래닛을 거쳐 2015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했다. 이후 오븐게임즈(옛 쿠키런)의 대표 겸 총괄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배 내정자는 7년 이상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동시에 2020년부터는 데브시스터즈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배 내정자 선임 배경으로 "플랫폼 총괄로서 국내외 스토어 및 퍼블리셔 등과 사업적 논의를 적극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게임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CFO 내정자인 임성택 경영관리본부장은 2014년부터 데브시스터즈에서 IPO(기업공개), 경영 기획, 재무, 회계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데브시스터즈에 따르면 개발 자회사 대표인 신규 경영진 3명은 향후 스튜디오킹덤과 오븐게임즈 대표직을 겸임할 예정이다.
신규 경영진이 오랜기간 데브시스터즈에 몸담은 쿠키런 개발진인 만큼, 데브시스터즈는 향후 쿠키런 IP 성장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데브시스터즈의 라인업도 지난달 29일 출시된 쿠키런: 마녀의 성을 시작으로 쿠키런: 모험의 탑, 쿠키런: 오븐스매시 등 쿠키런 시리즈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에는 '쿠키런'의 인도 진출을 목표로, 인도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인 크래프톤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지역에 출시한 쿠키런: 킹덤도 손익 개선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실적부진 지속…개발 자회사도 '적자'
다만 데브시스터즈의 최고 경영진 구성원을 고려할 때, 데브시스터즈의 경영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훈, 김종흔 현 공동대표는 이사회 공동 의장으로서 향후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CFO도 마찬가지다. 정문희 현 CFO는 이후 사내이사로 남아있을 예정으로 향후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또 이지훈, 김종흔 공동 대표와 정문희 CFO는 데브시스터즈의 개발사 등 다수 자회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2023년 데브시스터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지훈 대표는 오븐게임즈, 스튜디오킹덤, 마이쿠키런, 프레스에이와 해외법인인 데브시스터즈재팬, 데브시스터즈타이완, 데브시스터즈USA, 데브시스터즈벤처스 등 8개 자회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종흔 대표는 오븐게임즈, 스튜디오킹덤, 마이쿠키런, 데브시스터즈타이완, 데브시스터즈벤처스, 플립필드 등 총 6개 회사의 사내이사를, 정 CFO는 오븐게임즈, 스튜디오킹덤, 데브시스터즈재팬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신규 경영진이 이끌어 온 개발 자회사 스튜디오킹덤과 오븐게임즈의 경영 상황도 신규 최고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더한다. 데브시스터즈의 연결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쿠키런: 킹덤 개발사 스튜디오킹덤은 135억원,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개발사 오븐게임즈는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0~2022년 흑자를 내고있던 오븐게임즈마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데브시스터즈의 장기간 적자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브시스터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데브시스터즈가 흑자를 낸 건 2014년과 2021년 두 해 뿐이다.
2021년 데브시스터즈의 흑자전환의 핵심 주역은 쿠키런: 킹덤이다. 쿠키런: 킹덤이 출시된 2021년 데브시스터즈는 사상 최대 규모인 3693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지금까지 1000억원대 매출을 내고 있다. 영업이익은 최근 10년 간 최대 실적인 567억원을 기록했다. 쿠키런: 킹덤 등 쿠키런 IP 파생 게임 발굴 및 흥행 여부는 데브시스터즈 실적과 흐름을 함께한 셈이다.
실제 쿠키런: 킹덤이 디즈니, 하이브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공격적인 마케팅 및 해외 진출로 인한 비용지출이 커지자, 데브시스터즈의 흑자도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이듬해인 2022년 데브시스터즈는 매출 2144억원으로 외형 성장 수준은 유지했지만, 영업손실은 199억원으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매출액 1611억원으로 외형도 대폭 축소된 데다 영업손실은 최대 수준인 480억원이 됐다.
그간 데브시스터즈의 연간 영업손익은 쿠키런: 킹덤 출시를 전후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사의 실적 상황이 게임 개발사와 무관치 않은 배경이다.
하지만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블로터>에 "2023년 영업손실 요인은 개발 라인업 확대에 따른 개발 투자 비용 및 인력 비용 지출"이라며 "각 개발 스튜디오가 연간 성과를 내기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쿠키런: 킹덤은 중국을 제외하고도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가 6500만명인 3주년 업데이트 기점으로 앱스토어 한국 매출 2위, 미국 매출 22위를 기록하며 견조한 매출을 내고 있으며 오븐게임즈 역시 5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누적 이용자수를 기반으로 누적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마케팅 효율화 및 희망퇴직, 그리고 경영진의 높은 보수
한편 조길현 대표 내정자는 지난 20일 총 3억8433만원을 들여 자사주 8131주(주당 4만7268원)를 매입했다. 비상경영 체제 속 단독대표 취임을 앞두고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다만 2021년 이지훈, 김종흔 두 공동대표의 보유 주식 대량 매도로 인한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 영향이 있던 바, 새 경영진의 행보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1년 11월 16일 이 공동대표는 10만주(약 133억원), 김 대표는 34만주(약 455억원) 등 총 44만주를 주당 13만3830원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매도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주식매수선택권 기간만료 물량 34만주 행사에 필요한 세금 등 재원 마련 및 주식담보대출 등 대출금 상환을 위한 처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데브시스터즈의 주가가 장중 10%까지 하락하며, 경영진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또 데브시스터즈는 비상경영 체제 돌입과 동시에 본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 가운데 김종흔 공동대표는 주요 게임사 중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에 이어 높은 연봉을 받았다. 2023년 데브시스터즈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종흔 공동대표는 지난해 약 23억3300만원을 수령했다. 이지훈 공동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약 12억5100만원이다.
이 외에도 신규 CBO 내정자인 배형욱 현 오븐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6억82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문희 CFO의 지난해 보수는 13억2800만원으로 데브시스터즈 내 두 번째로 높은 보수를 수령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의 직원 수는 2023년 333명으로 전년(409명) 대비 18.6% 감소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직원 수는 2019년 103명에서 흑자전환한 2021년 283명, 2022년에는 409명까지 늘어난 바 있다. 쿠키런: 킹덤 흥행 및 신규 IP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다. 데브시스터즈는 당시 희망퇴직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데브시스터즈의 영업비용에서 인건비 비중은 33.11%다.
데브시스터즈는 경영진 변화와 관계없이 경영 효율화를 통한 흑자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규 최고 경영진이 주요 게임의 출시 및 장기 운영을 이끌어 온 인물들로, 핵심 사업 및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감각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및 실행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데브시스터즈의 경영 효율화에는 마케팅 비용 효율화에 집중돼 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의 영업비용 중 광고선전비는 131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내 데브시스터즈의 광고선전비는 2019년 41억원, 2020년 73억원, 2021년 881억원, 2022년 326억원을 기록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블로터>에 "올해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 및 전략 집행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한 신작 쿠키런: 마녀의 성의 경우 서구권 및 아시아 지역 팬덤을 바탕으로 쿠키런 프랜차이즈 게임 간 크로스 프로모션, 국내외 주요 타깃에 맞춘 파트너십 프로모션, UA마케팅(신규 사용자 모객) 등으로 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진행하며 이용자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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