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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롯데그룹의 2025년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이노베이트(구 롯데정보통신)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김경엽 대표(전무)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이노베이트와 같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IT서비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필수 과제다. 과거에는 그룹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통합(SI) 및 시스템 운영·유지보수(SM) 사업으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AI와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그룹사 SI와 SM에만 의존하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를 이끌게 된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2024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달성하는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2028년까지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 10% 달성 △신규 사업 매출 비중 50% △배당성향 30% 이상 △지배구조 핵심 지표 87% 준수 등이다. 김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우선 조건으로 신사업인 '전기차 충전'과 'ABC(AI·Big data·Cloud)'의 매출 확대가 꼽힌다.
신사업 핵심 '전기차 충전·AI'
롯데이노베이트의 신사업은 기존 SI·SM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제조 및 플랫폼에 대한 구축 역량과 함께 기획 능력도 필요하다. 다른 업종과 정보기술(IT)과의 접점을 찾아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기획 및 전략 조직에서 주로 근무한 김 대표를 롯데이노베이트의 신임 대표 자리에 앉혔다. 롯데그룹이 롯데이노베이트의 신사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데 김 대표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1970년생인 김 대표는 서원대에서 회계학 학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5년 롯데이노베이트 혁신TF팀과 전략기획팀에 합류하며 회사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후 △재경팀장 △전략기획팀장 △경영지원부문장에 이어 2018년 자회사인 현대정보기술의 대표까지 맡으며 회사를 이끌었다. 2022년에는 롯데이노베이트로 돌아와 전략기획부문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았다. 올해 9월 고(故) 고두영 전 대표가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김 대표는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김 대표가 공을 들일 신사업 중 전기차 충전에서는 이미 매출이 나오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중앙제어는 초급속 충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우디·볼보·BMW 등의 완성차 제조사에 전기차 충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빌딩 통합 제어 시스템과 연계된 전기차 충전 운영 플랫폼과 빌딩 전기자동차충전시스템 통합운영 등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중앙제어의 사명을 이브이시스(EVISIS)로 변경하고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고 있다. 이브이시스는 2022년 481억원에 이어 2023년 804억원의 매출을 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7%로 늘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은 결국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환경부 '2030 충전인프라 구축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59만대에서 2030년 123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 속에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뜨겁다. SK·LG·신세계·한화 등의 계열사들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중앙제어의 충전기 제조 및 플랫폼 역량에 롯데그룹의 부지를 활용해 충전소 입지를 확보하고 전국적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ABC 사업에서도 전기차 충전 못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먼저 생성형 AI 시장은 오픈AI(GPT)·구글(제미나이)·메타(라마)·앤트로픽(클로드)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롯데이노베이트는 기업고객을 위한 아이멤버(Aimember)를 개발해 그룹 계열사에 적용했다. 회사는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에 보안 필터를 적용한 다음 기업 내부 정보를 학습시켜 아이멤버를 탄생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그룹 계열사들에게 안전한 프라이빗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열사 직원들은 아이멤버를 활용해 △문서 번역·요약 △코드 생성 △홍보문구 작성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이멤버의 대외 고객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기차와 ABC 사업이 성장해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중 '신규 사업 매출 비중 20%' 목표도 달성 가능하다.
M&A로 덩치 키워…이젠 숫자로 증명할 때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수년간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2018년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후 2019년에는 자회사였던 현대정보기술과 합병했다. 2021년에는 메타버스 전문 기업 칼리버스를, 2022년에는 이브이시스를 각각 인수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올해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오픈하고 이브이시스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과거의 SI와 SM외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행보에 걸맞게 사명도 롯데정보통신에서 롯데이노베이트로 바꿨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18년 8117억원에서 2023년 1조1967억원으로 47%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 연평균성장률은 8.1%다.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률도 2021년 4.3%에 이어 2022년에는 3.3%로 감소했지만 2023년에 4.8%로 다시 증가했다. 전기차와 ABC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영업이익률은 다른 IT서비스 대기업에 비해서는 다소 뒤졌다. 경쟁사들의 2023년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률을 보면 △삼성SDS 6.1% △LG CNS 8.3% △SK㈜ C&C 5%(별도기준) △현대오토에버 5.9% △포스코DX 7.4% 등이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연결기준 2023년 부채비율은 109.3%다. 부채비율은 자본총계에서 부채총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 이하를 적정한 부채비율의 수준으로 평가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최근 수년간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박현준 기자 hj@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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