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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모녀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형제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번 통합 작업을 주도한 신생 사모펀드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La Défense Partners)'는 또다시 실패의 역사를 남겼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낸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됐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영숙 회장 △신유철 사외이사(송영숙 측) △김용덕 사외이사(송영숙 측) △곽태선 사내이사(송영숙 측) △사내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임종윤 측)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임종윤 측) △사외이사 사봉관(임종윤 측) 등으로 구성됐다. 4 대 5로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한 셈이다.
정기 주총이 임종윤 사장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은 무산됐다. OCI홀딩스는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약품·OCI그룹 통합 작업은 라데팡스가 주도했다. 당초 라데팡스는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던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로부터 한미사미언스 지분 11.8%가량을 약 3200억원에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출자를 결정했던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위기로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계획이 무산되면서 라데팡스는 IMM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지분을 공동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 조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라데팡스는 한미약품 오너가 상속세 문제 백기사로 OCI홀딩스를 끌어들였다. 라데팡스는 올 초 입장문을 통해 "선진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주도했다"며 "이번 통합이 참조할 만한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총 '캐스팅보트'로 지목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모녀 측이 주총 표대결에서 지면서 그룹 통합 작업은 무산됐고,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임종윤 사장 측이 장악했다. 결론적으로 라데팡스가 한미약품 오너 일가 상속세를 위해 자문한 방안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라데팡스가 오너 일가 백기사로 나서서 실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데팡스 설립 이후 첫 일거리였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 매각 건도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16년부터 불거진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간 남매의 난은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녀 구미현 씨와 손잡고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앞서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상황이었다. 당시 지분은 구본성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 씨가 19.60%,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을 합치면 57.84%로 절반이 넘었다.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자문사가 라데팡스였다. 라데팡스는 구미현 씨에게 동반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분 매각에 동참하는 듯했던 구미현 씨가 2022년 열린 임시 주총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반대되는 입장에 섰고 결국 동반 지분 매각도 무산됐다.
당시 라데팡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임시 주총에 올린 안건은 구지은 부회장이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하고 48명을 신규 선임하는 내용이어서 '추측에 불과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구미현 씨가 돌아서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건도 흐지부지됐다. 라데팡스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계약도 현재 종료된 상태다.
경영권 분쟁은 통상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지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거나 발생시켜 차익을 남기고 있다.
라데팡스가 아워홈과 한미약품그룹에 직접적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의 자문 수수료는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아워홈과 한미약품그룹에게 남은 것은 '분쟁의 상처' 뿐이다.
유한새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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