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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O) = K + J’
아시아 바이아웃 시장은 한국과 일본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은 지난해 척박한 환경에서 단비같은 투자 성과를 이뤄내는 가운데 시장 성장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절감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위와 같은 공식으로 제시했다. 한국 시장의 저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나아가 한·중·일 기반의 투자 규모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한파에도 값진 운용 성과..."정책과 산업 구조 덕"
투자 집행 36억달러, 투자 회수 4억달러. 지난해 MBK가 기록한 운용 실적이다. 모든 펀드가 고른 운용 성과를 기록했는데 바이아웃 3·4·5호는 투자금 대비 각각 2.3배·2.0배·1.6배 성장했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1호는 결성 초기대비 2배가 됐다. 동북아시아 주요 시장의 인덱스를 뛰어넘은 점도 주목된다. 시장 지수가 50.3% 오를 때 바이아웃 3호 펀드는 128.8% 증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MBK는 양과 질을 모두 챙기며 신규 투자를 확대했다. 헬스케어와 테크 분야에 주력하는 한편 운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투자에 중점을 뒀다. 국내에서는 8억8400만달러 규모의 메디트에 이어 8억5000만달러로 오스템 임플란트를 인수하고 SK온에 7억63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빅딜을 성사시켰다.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코로나19발 리스크를 줄이기 보다는 실적을 끌어 올리는 전략을 폈다. 중국 포트폴리오 기업 가치는 지난해 44.8% 증가했고 미국과 일본 기업 가치는 각각 28.6%, 12.2% 늘었다. 김 회장은 연례서한에서 “선도적인 시장 리더로서 (중략) 지난해 한국에서의 대규모 딜을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은 ‘분모 효과’로 한파를 겪었다. 분모 효과는 주식과 채권 투자 벨류가 낮아지면서 사모펀드 투자 노출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분모효과로 사모펀드 업계에는 상당히 위축됐다. 글로벌 차원에서 펀드레이징 클로징은 38%, 딜 밸류는 37%, 투자 회수 밸류는 44%까지 떨어졌다.
김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정책적 지원과 재벌 위주의 산업구조다.
그는 “2005년 시행된 자본시장법(구 간투법)이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을 육성시킨 게임 체인저”라며 “이같은 정책적 지원은 같은 현지 운용사들이 시장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가족 소유 재벌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과 유동성 필요 차원에서 다수의 딜 플로우를 생성시켰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강한 시장...투자 가치 크다"
김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는 “한국은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라며 라지 캡 규모의 기업들이 5번째로 많고 사모펀드 침투율이 GDP의 0.8%까지 기록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는 “설립자의 승계 사안으로써 사이즈가 크지만 비재벌인 기업의 매각 건수가 점차 증가되면서 인수합병 시장에서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며 “딜 소싱의 다양화는 사모 시장이 성숙되고 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꼽았다. 코스피는 현재 11.8x P/E에 거래되고 있다. 니케이보다 7.5배 낮은 수치다. EV/EBITDA 기준으로 코스피는 8.4x로 거래되고 있다. 니케이에 비해 2.3배, 상해종합지수에 비해서는 6배 낮다.
김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모시장까지 확산돼 있다”며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 투자는 평균 25% 할인된 가격에서 진행됐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투자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동북아 통합 시장 구축 가능...이점 키울 것"
김 회장의 최종 목표는 한중일 기반의 동북아 시장 투자 가치 확장이다. 사모펀드 시장이 활발한 일본과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투자 성과를 늘이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작금의 일본 사모펀드 붐의 원인이 2015년 등장한 ‘일본 기업 지배구조 헌장’에서 비롯다고 본다. 헌장은 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일본 상장 기업의 주가를 부양하고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주주 행동주의가 발현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활황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김 회장은 “공손함이라는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일본은 이제 전세계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두 번째로 활발한 마켓”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성장률이 낮은데다 주식 시장은 물론 사모펀 딜 플로우가 소량으로 돌아섰다. 운용사(GP)들이 중국의 비중을 줄인 것이 이를 잘 나타낸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중국 시장의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국 경제는 거의 10억 명의 소비자층이라는 큰 경제권을 갖고 있다. 중국의 민간 시장은 성장을 다시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될만큼 중요하다”며 “중국 실험의 끝이 아니다. 우리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시기지만 중국도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 MBK의 동북아시아 투자 운용력 수는 100명, 자금운용규모는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는 한중일을 하나의 통합 시장으로 형성해 지정학적 상황을 전략적 이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동북아시아야말로 저희의 진정한 목적지”라며 “무역 파트너십을 갖추고 있는 한·중·일에서 경제 규모의 이점을 얻는데 집중할 것이다. 하나의 강력한 통합 시장의 역할을 형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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