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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조만간 주주환원책 발표…밸류업 수혜 기재부도 받나

Numbers 2024. 4. 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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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조만간 주주환원책 발표…밸류업 수혜 기재부도 받나

기업은행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일정에 맞춰 주주환원책을 내놓는다. 현재 은행권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배당과 함께 수천억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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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사옥. /사진 제공=IBK기업은행


기업은행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일정에 맞춰 주주환원책을 내놓는다. 현재 은행권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배당과 함께 수천억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잇따라 내놓은 상태다. 기업은행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태지만 설립 목적에 따른 국책은행 특성상 주주환원책 관련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 확대로 중론이 모아지고 있어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관련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내달 2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 이어서 주주환원책을 내놓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1차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달 2일 가이드라인 제정안이 발표되면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배당금(DPS)을 984원, 배당성향은 역대 최대인 29.3%로 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로, 기업은행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29.3%를 주주들에게 나눠줬다는 의미다.

연초부터 예고된 정부 정책 추진에 따라 은행권은 이에 화답하기 위해 이달에도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분기 배당 및 수천억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잇따라 제시했다. 은행권은 PBR이 1배 미만인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이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실제로 증시에 상장된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은행들 가운데 PBR이 1배를 넘는 곳은 1.95배인 카카오뱅크뿐이다. KB금융(0.5배), 신한지주(0.45배), 하나금융(0.44배), 우리금융지주(0.33배) 등 4대 금융지주사도 0.5배 이하다. 기업은행의 경우 0.35배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전날 1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하면서도 별도의 주주환원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기업은행이 은행권 전반적인 분위기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기재부와의 협의뿐 아니라 제도적인 과정이 좀더 복잡하다. 다른 은행들처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을 추진하는 다른 은행들처럼 기업은행도 점진적인 주주환원율 확대가 기대되지만, 기업은행 설립 취지나 대주주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인 유일한 주주환원 정책 수단은 배당으로, 배당성향 40% 조기 달성 혹은 분기배당 실시 등을 기업은행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기업은행의 특성상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방안으로 '배당 확대' 카드밖에 남지 않는데, 결과론적으로 기재부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59.5% 지분율로 기재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7.2%, 1.8%씩 보유하고 있다.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재부가 거둬들이는 배당수익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재부는 기업은행뿐 아니라 출자기관들로부터 연말 결산 배당 확대를 통해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해왔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경우 구조적·제도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실행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연말 결산배당까지 (배당 확대를 제외한)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면서도 "기업은행 1분기 순이익 성장률이 전년 대비 8.5%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은행의 배당성향과 DPS는 지난해 결산 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는 수익 확대와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 창출력 제고로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정에 맞춰 당행의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은행 고객과 주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주주가치 제고 계획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