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퇴직금 444억원 달라" 남양유업 vs 홍원식 전 회장의 끝나지 않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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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퇴직금 444억원 달라" 남양유업 vs 홍원식 전 회장의 끝나지 않은 이별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444억원 규모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12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사진=뉴스1·게티이미지뱅크)

남양유업을 창업한 홍씨 일가의 60년 경영체제가 막을 내렸지만 경영권 분쟁 여파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회사 측과 이미 3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이번엔 막대한 규모의 퇴직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법원판결에 따라 남양유업 지분 52.63%를 넘겨받은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 재건 작업에 착수한 한앤컴퍼니(한앤코)로서는 전 오너일가와의 잡음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양유업을 상대로 ‘임원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홍 전 회장이 요구한 퇴직금은 443억5775만원 규모로, 지난해 말 남양유업의 자기자본 대비 6.54%다. 퇴직금 산정 기준은 홍 전 회장 측에서 퇴직금 규정을 해석한데 따른 것이다.  

얽힌 소송만 4개, 남양유업과 홍 전 회장의 분쟁 여진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 사이에 얽혀있는 소송은 이로써 4건으로 늘었다. 앞서 진행 중인 3건이 모두 회사 측이 홍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면, 이번엔 홍 전 회장이 원고(신청인)로 반격한 셈이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홍 전 회장이 받을 퇴직금 규모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지분 3%)의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지난해 5월 제기한 주주총회결의 취소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심 감사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홍 전 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건에 의결권(찬성)을 행사한 게 위법하다고 봤다. 상법 제368조 제3항에 따라 총회 결의 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심 감사의 주장이었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는 5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지난해 17억원 수준의 연봉을 수령했고, 퇴직금은 약 170억원이 책정됐다. 1심 결과가 확정된 뒤 홍 전 회장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보수 및 퇴직금이 재산정된다면 이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결국 홍 전 회장이 요구한 444억원 규모와 간극은 더 벌어지는 셈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퇴직금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 때문에 법리적으로 다툼이 있는 상황"이라며 "홍 전 회장이 30년 이상 남양유업에서 일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법원이 판단한 규정에 따라 1년 이내로 퇴직금이 확정돼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감사는 이와 별개로 지난해 6월 홍 전 회장을 상대로 5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홍 전 회장이 사내이사·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회사 차원에서 부담한 과징금 및 벌금 등을 반환 청구하는 게 골자다. 실제 이 시기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을 비롯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에게 받은 과징금 규모만 163억원에 달한다.  

홍 전 회장은 경영권 분쟁 송사를 벌여온 한앤코와 또 다른 소송을 진행중이다. 본안인 주식양도 소송 결과는 지난 1월 한앤코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당초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2022년 한앤코가 홍 전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여전히 잔존하는 오너리스크, 한앤코에 ‘부담’ 

 

홍 전 회장은 2021년 불가리스의 허위 광고에 따른 여론의 뭇매를 맞고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앤코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해 9월 홍 전 회장이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 3년의 송사가 시작됐다. 올해 1월 대법원이 판결에 따라 최대주주가 한앤코로 변경되며 분쟁은 일단락됐다. 3월 열린 제6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앤코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사 신규 선임 건이 의결되면서 홍씨 일가의 60년 오너경영 체제는 종료됐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홍 씨 지우기’를 비롯해 최근 본격적인 경영 재건 작업에 착수한 한앤코로서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원래대로라면 2021년 홍 전 회장 및 일가의 지분과 경영권을 양도받고 엑시트 작업에 착수했어야 했지만, 홍 전 회장의 단순 변심으로 인해 한앤코는 이미 3년이란 시간을 소송에 허비했다. 그동안 남양유업도 적자에 허덕였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7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으며 경영권 분쟁이 더해진 이듬해 779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불어났다. 지난해 역시 724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한 관계자는 "통상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5년 안에 가치를 끌어올린 뒤 투자금을 회수한다"면서 "하루 빨리 경영 정상화를 시작해 수익을 내야하는 한앤코 입장에선 홍 전 회장과의 분쟁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