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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상법상 이사의 충실 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상당수 기업이 인수·합병(M&A) 걸림돌을 예상하며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상법 개정 이슈' 브리핑을 개최해 이사의 충실 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개혁 과제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정해진 입장은 없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회사의 거래는 손익거래와 자본거래로 나뉘는데 손익거래는 주주 이익으로 귀결되지만, 물적·인적 분할 등 자본거래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거래가 아니"라며 "자본거래 과정에서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현행 회사법은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것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똑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자본거래 등 특이한 형태의 거래에서 특정 주주에 현저히 나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 그분(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거나 금전적 보상을 해서 균형감을 갖추자는 의미"라고 발언했다.
이와 같은 상법 개정 추진에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 국내 상장사들의 인수·합병(M&A) 추진 등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M&A 계획을 재검토(44.4%)하거나 철회·취소하겠다(8.5%)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 회사의 66.1%가 이러한 상법 개정이 국내 기업 전체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로 이사 책임 가중을 우려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로 주주 대표 소송과 배임죄 처벌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 기업이 천제의 61.3%에 달했다.
또 형법상 배임죄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 책임까지 가중되면 기업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84.9%는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 중 24.8%는 최근 5년간 불명확한 배임죄 기준 때문에 의사 결정에 애로사항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 불가(61.3%) △주주간 이견 시 의사결정 어려움(59.7%) 등의 우려가 많았다.
상장사들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배임죄 명확화(67.6%), 경영판단 존중 원칙 명문화(45.9%), 밸류업 우수 기업 인센티브 도입(40.5%), 상속세 인하(27.0%)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브리핑에서 "형법상 배임죄가 있지만 상법에도 특별배임죄가 있어서 상법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형사처벌 규정이 과도해 특별배임죄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만약 (특별)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경영 판단 원칙 등을 통해 명확히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 판단 원칙 취지에 대해 이 원장은 "선언적인 형태가 아닌 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거쳐야 하는 구체적인 의무로 명시해 과도한 형사처벌을 줄이고 (배임죄 범위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kjh20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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