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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분할의 핵심 쟁점인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계산 실수라는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그간 최 회장의 개인사를 이유로 거리를 뒀던 SK그룹이 공식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자칫하며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기에서 SK가 본격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 설득 카드, ‘액면분할 역산’ 오류
최 회장 측과 SK그룹은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의 계산 실수를 빌미로 반격을 개시했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SK 서린사옥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번에 상고하기로 결심했다”며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SK 전체를 관통하는 사태임을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앞선 항소심 판결에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텔레콤은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로 주당가치 변화는 재산분할의 기준이 된다.
양측은 대한텔레콤 주당가치의 주요 기점과 관련해 최 회장이 처음으로 취득한 시점(1994년 11월20일),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할 무렵(1998년 5월13일), 액면분할을 마친 SK C&C의 상장일(2009년 11월11일) 등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앞선 사건부터 살펴보면 최 선대회장은 지난 1994년 장남 최 회장에게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그해 11월 이 돈으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최 회장 취득 당시의 주당 8원으로 산출했다. 여기까지는 최 회장 측의 계산도 동일하다.
최 회장 측이 문제삼은 것은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부터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주당가치를 100원, 이후 2009년에는 3만5650원으로 각각 도출했다. 이에 따르면 선대회장이 이끌던 1998년까지 4년간의 성장은 12.5배에 그치고 이후 최 회장이 경영한 2009년까지는 355배 성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 관장이 다툴 수 있는 재산분할의 규모도 그만큼 늘어났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액면분할 계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사명을 SK C&C로 바꿨고, 주식은 각각 2007년 1대20, 2009년 4월 1대2.5 비율로 액면분할했다. 이는 명목가액이 50분의1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1998년 당시 주당 가격 5만원에 대한 액면분할을 반영하면 재판부가 판결한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대회장이 이끌던 1998년까지 125배, 별세 이후는 35.5배 성장했다는 셈법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100배 왜곡’을 바로잡으면 SK그룹의 성장에 최 회장보다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한 점도 문제삼았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고 사실상 창업한 자수성가형 사업자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비율 산정에서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앞서 치명적 오류를 정정하고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너 몰린 SK그룹, ‘6공 지원설’도 반박
SK그룹은 그동안 최 회장의 개인사인 이혼소송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공세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번 이혼소송 결과가 SK그룹의 지배구조까지 좌우하는 만큼 그룹 전사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항소심에서 인정된 ‘노태우 300억원 비자금’을 계기로 6공화국의 비호로 SK가 성장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며 SK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이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뿐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 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이날 노 관장이 제기한 지원설에도 적극 대응했다. 노 관장이 증거로 제출한 ‘300억원 약속어음’은 1995년 당시 비자금 수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메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300억원의 노태우 정부 비자금이 SK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비자금이) 왔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도 없이 팩트(사실)로 치부되고 있다"며 "1995년 비자금 조사 때도 전혀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존하는 어느 누구도 보고, 들은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전달한 쪽에서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입장이 곤란할 가능성도 있다”며 “별도 절차가 있다면 양측 당사자 간에 소명을 객관적, 공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노소영 측 “그룹 차원 대응 부적절”
노 관장 측은 최 회장과 SK그룹의 입장발표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대응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률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며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그 당부를 판단하도록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개인의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에 대해 SK그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가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 짓고 재산분할 법리를 극히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SK C&C 주식가치가 막대하게 상승한 것은 그 논거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룬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도 지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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